호기심 가득한 북한병사
제248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부문/뉴시스 허경 기자
뉴시스 허경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6.22 15: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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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허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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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의 판문점 시찰을 취재하기 위해 이른 새벽 판문점으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판문점은 두 번째였다. 첫 번째 취재 때 느낀 점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북이 바로 코앞에 보이는 곳, 긴장감이 흐르는 곳 그렇게 내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었다.
흥분 반 긴장 반으로 판문점에 도착해 내외신 선배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일요일 이른 시간, 언론의 관심이 부족해서인지 국내 통신매체와 외신만이 판문점을 찾았다.
호주 총리 일행보다 2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취재진은 동선을 파악한 후 공보관의 요청에 따라 구역별 근접 현장풀로 취재가 이루어졌다. 내가 맡은 구역은 군사정전위 회담장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호주 총리가 헬기에서 내리면서부터 취재는 시작됐다. 그 날은 보기 드물게 중국 관광객들이 북측에서 판문점을 견학 중이었다. 횡재다 생각하며 취재를 하던 중 호주 총리 일행이 내가 맡은 회담장 안으로 향했다.
호주 총리 일행이 브리핑을 듣고 있는 가운데 북한 병사들이 창문 사이로 총리 일행을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호주총리와 북한군의 경계심을 한 장에 담을 있는 기회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취재를 하던 나는 생동감 있는 표정을 담기 위해 창문 옆으로 다가가 북한군의 표정에 집중했다. 그 결과는 좋았다.
다음날 몇몇 일간지와 지방지의 1면을 장식했다. 통신사에서 근무하는 나로서는 크나큰 보람이었다.
6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남북이 갈라져 있는 이 현실 때문에 사진 속의 상황이 각광받았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사진 속의 피사체가 되어 준 북한 병사에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조차 전하지 못 한다는 사실이 분단의 아픔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