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이거나, 혹은 영화이거나

MBC 창사 특집 다큐 '타임' 총괄 이우호 팀장


   
 
  ▲ 이우호 팀장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 권위주의적이거나 엄숙한 연대기가 언뜻 연상된다. 그러나 MBC가 창사 50주년을 맞아 다음달 2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5분에 방송할 다큐멘터리 ‘타임’은 우리의 선입견을 유쾌하게 뒤집는다.

다큐의 울타리를 부숴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정신은 ‘하이브리드 다큐’를 표방한 ‘타임’의 첫 방송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다. ‘타임’이라는 용광로에는 예능프로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애니메이션도 있고, 뮤직비디오도 있고, 영화도 있다. 연출자로 나선 기자가 직접 작곡한 노래를 삽입하는가 하면 SNS를 이용해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MBC 사옥 8층에 있는 ‘타임’ 사무실은 비좁지만 광활한 실험실이다.

총 25회에 걸쳐 선보일 ‘타임’은 우리가 걸어온 삶에 말을 건넨다. 연예 풍속 변천사를 다룬 ‘새드무비를 아시나요’, 인간관계의 변화를 다룬 ‘전화이야기’ ‘나문희의 비밀이야기’ ‘술, 술에 관하여’ 등 제목만 봐도 ‘타임’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우리의 풍속, 생활사를 통해 시대를 읽고 미래를 상상하자는 의미다. 이를 통해 현대사에 포박된 서민의 고단한 삶까지 담아내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 중심에 이우호 창사특집 50년 TF팀장(국장)이 있다. 8명의 기자를 포함한 제작진과 함께 8개월 전부터 ‘타임’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이우호 팀장은 “정통 다큐 기법에 구애받지 않는 ‘열린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이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 현대사에 잠시 쉼표를 찍고 전 세대가 ‘격세지감’이 아닌 ‘격세공감’을 만드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네 명 감독의 등장이다. ‘첫사랑’ ‘인정사정볼 것없다’의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을 비롯해 ‘싱글즈’ ‘참을 수 없는’으로 유명한 권칠인 감독, ‘시라노 연예조작단’ ‘스카우트’ 등의 흥행사 김현석 감독, ‘부당거래’ ‘짝패’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한국의 타란티노’라 불린 유승완 감독 등 스크린의 연금술사들이 ‘타임’을 통해 최초로 방송 다큐멘터리에 도전한다. 이들은 각각 1회씩을 맡아 제작에 들어갔다.

“극 영화 감독들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건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데 착안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의 ‘샤인 어 라이트’ 지아장커의 ‘무용’ 등이 예죠. 감독들을 접촉하면서 다큐에 대한 열망이 크고 우리들과도 공감대가 넓다는 걸 확인했죠.”

영화감독들과 공동 작업 성사는 이창동 감독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귀띔이다. 이 감독이 제작진의 꿈에 적극 동감하면서 섭외와 콘셉트 구상에 큰 몫을 맡아줬다. 타임에는 이런 든든한 지원군이 많았다. 이어령 교수, 김경주 시인, 정이연 작가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크고 작은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우호 팀장은 30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면서도 13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한 만능 언론인이다. 이번에도 윤능호 부국장과 함께 ‘타임’ 첫회 ‘새드무비를 아시나요’를 공동 연출했다. 인터뷰 중에도 이 팀장의 휴대전화는 계속해서 울려댔다. “방송 날짜가 다가오니 요즘 정말 눈코 뜰 새가 없네요.” ‘개봉박두’ 작품을 갈고닦는 그에게서 기자와 PD를 넘어선 ‘하이브리드 창작자’의 고뇌가 느껴졌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