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 사망 중학생 유가족 두 번 울린 경찰과 119

제247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TJB대전방송 노동현 기자

끔찍한 집단폭행 사건으로 생떼 같은 늦둥이 외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절규는 한달여간의 지속적인 보도를 가능케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숨진 학생이 폭행당해 신음하던 곳은 집에서 불과 1백여m 거리.
하지만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권이 없다며 119에 미뤘고 119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며 유가족들의 위치추적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는 사이 집 바로 옆 빈 건물 옥상에서 지 모군은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갔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자가 외동아들로 자라 그런지 유가족들의 슬픔이 마치 내 가족의 일처럼 느껴져 취재에 더욱 매달렸던 것 같다.

결국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119 신고 당시 녹취록을 뒤늦게나마 입수할 수 있었고, 유가족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경찰의 무성의한 수사로 유족들이 두 번 고통받고 있음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숨진 지군의 부모는 기자에게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경찰과 119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급박한 심정을 헤아려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보도 이후 대전소방본부에서 경찰 신고만 이뤄지면 위치추적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만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미국의 911처럼 시민들의 생명과 관련된 위급한 구조, 구급 상황이면 범죄 관련성 여부를 떠나 경찰과 소방본부가 유기적으로 공조하는 시스템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폭력 위험 등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10대 청소년에 한해 경찰에 신고하면 곧바로 소방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위치추적이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도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은 앞으로 기자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숙제일 수밖에 없다.

쉰 살이 넘어 낳은 외동아들을 잃은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한 달여 동안 기자를 만나 담담하게 취재에 응해준 숨진 지 모군의 부모에게 기자상의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다.

끔찍한 학교폭력으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지군이 하늘나라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마음으로 빌어본다.
늘 마음으로 성원해주는 가족들과 TJB 보도팀, 영상취재팀 식구들과도 수상의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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