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카니발 에어백 허위광고·부당계약

제247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부문/SBS 권애리 기자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승용 카니발 소유자들은 “설마 내 차에도 에어백이 없는 건 아니겠죠?” 하고 제게 반문했습니다. ‘승용 카니발이 국산 SUV 차량에서 보기 드물게 전 좌석 에어백을 장착해 가족을 태우기에 적합한 차라고 판단했다. 그 옵션이 아니었다면 굳이 이 차를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이 분들의 공통된 얘기였습니다.

전 좌석 에어백을 기본 장착했다던 2011년식 카니발뿐 아니라 ‘전 좌석 에어백’을 옵션판매한 지난 3년 내내 카니발에 3열 에어백이 장착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 이번 취재로 밝혀지자, 자신이 에어백이 있지도 않은 차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 이 분들은 모두 크게 분노했습니다. 그 분들을 더욱 실망시킨 건 기아차가 이번 일에 대해 ‘표기상의 실수’란 말만 반복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전 좌석에 에어백을 장착하는 것과 1~2열까지만 에어백을 넣는 것은 완전히 공정이 다른 작업입니다. 차량의 ECU, 즉 에어백을 비롯한 여러 기능을 조절하는 전자제어장치도 손봐야 합니다. 에어백을 넣고 빼는 일이 ‘단순 실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돈이 들고 생산 과정이 달라지는 일입니다. 결정적으로 기아차는 그동안 1~3열 에어백을 명시해 에어백 옵션 계약을 맺고 카탈로그와 매뉴얼에도 그렇게 명기해 왔으면서, 매뉴얼에 넣은 에어백 관련 그림만 사고 발생시 1~2열 에어백이 터지는 모습으로 2009년부터 슬그머니 바꿨습니다.

SBS 보도 사흘 만에 이 사건이 국내 최초의 공익소송 사례로 선정되자 기아차는 사실상 리콜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카니발 소유자들에게만 DM을 보내 이런 사실을 알리고, 이 DM에도 ‘단순 실수’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기아차의 보상 결정을 취재한 기자들에겐 “광고만 실수가 있었을 뿐, 지난해까지 옵션 판매했던 에어백은 1~2열에 해당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SBS 보도에서 이미 명백히 지적한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아차가 이런 태도로 일관하는 데 실망한 일부 카니발 소유자는 “‘단순 실수’라는 해명은 소비자를 더욱 기망하는 것”이라며 공익소송에 앞서 스스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이해할 수 있는 해명이야말로 진정한 사과이고, 그게 우리가 대기업에 기대하는 상식입니다. 기아차가 정말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사건을 축소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내놔야 할 것입니다.

우리 대기업들이 단지 매출 덩치만 ‘큰’ 모습이 아니라 진정한 선진 기업의 ‘큰’ 모습을 보여주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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