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연합 '상하이 스캔들' 최초 의도와 달라 아쉬운 탈락

제247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김보라미 변호사



   
 
  ▲ 김보라미 변호사  
 
‘한-EU FTA 번역 오류’ 프레시안 보도가 한겨레 작품 도화선 역할


나라 안팎에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시기인지라 이번 심사에서는 다양한 특종들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취재보도부문은 ‘행안위, 정치자금법 개정안 기습처리… 청목회 사건 등 국회의원 입법로비에 면죄부(연합뉴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 보도(SBS)’, ‘상하이 스캔들’ 최초 및 연속 특종 (동아일보)’, ‘상하이총영사관의 비위와 정보유출 의혹 사건 최초 보도 및 연속 특종(연합뉴스)’이 본선에 올랐으나 SBS 기사만이 압도적인 득표수로 수상작이 되었다. 이 기사는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서만 막연히 알고 있던 국정원의 위상, 위치, 그리고 그와 관련된 스파이 전쟁에 대해서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기사는 최초 보도 당시 국정원이 관여하였는지 여부 등을 밝히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이 기사만으로도 파장이 컸으며 후속보도에 중요한 도화선이 되었다는 점에서 14표의 과반수의 표를 얻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은 같은 주제로 경쟁한 동아일보와 연합뉴스의 기사에 대하여는 큰 파장성 등은 인정되나, 최초 보도의 기획과는 달리 ‘스캔들’이라는 선정성만 남은 결말이 되었다는 지적이 많아 아쉽게 탈락하였다. 특히 정부의 합동조사단 파견이라는 단초를 얻어냈지만 동아일보가 공적설명서에서 밝힌 ‘아직도 많은 의문점이 남아 있고 총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계속 찾을 것’이라는 취재팀의 각오가 향후 지속적인 보도로 실현된다면 충분히 재론의 여지가 있다는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상하이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한 연합뉴스의 경우도 동아일보와 유사한 이유로 상을 타는 데 필요한 표를 얻지 못했다.

행안위 정치자금법개정안기습처리(연합뉴스) 보도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과반수의 표를 받지 못하여 아쉽게 탈락하였다.

경제보도부문은 좋은 작품들이 많이 출품되어 본선에 오른 ‘한-EU FTA 번역 오류’ 연속 보도(한겨레신문), ‘기아차 카니발 에어백 허위광고·부당계약(SBS)’ 두 편 모두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고 수상작이 되었다. 한겨레신문의 위 작품은 취재보도로 갔더라도 좋았겠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작품은 한-EU FTA 등과 더불어 우리 정부가 그간 국제 외교에 있어서 보여준 아마추어적인 부분을 구체적으로 부각하여 그 파장이 컸다. 송기호 변호사의 프레시안 칼럼 기고와 그 이후의 프레시안의 보도가 한겨레 신문의 작품에 도화선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러한 선행보도를 받아 한겨레신문이 파급력 있는 심층적인 후속보도를 한 점은 특종으로서 인정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SBS 작품에 대해서는 기아차가 대형 광고주라는 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추종보도 미흡 등 파장이 크지 못한 점이 아쉬웠으나 스스로 ‘허위광고’라는 점을 적시하여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 실제 기아차의 리콜이라는 결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SBS 보도와 관련하여 다른 언론사의 직무유기를 탓하는 어느 심사위원의 지적도 존재하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SNS시대와 언론변혁’ 시리즈(아시아투데이), ‘스마트폰 국내개발 서비스는 다 뚫렸다’(서울신문) 2개 작품이 본심에 올라왔으나 두 작품 모두 심사위원들의 격론 속에서 모두 과반수 표를 받지 못하여 안타깝게 기자상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였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은 ‘집단폭행 사망 중학생 유가족 두 번 울린 경찰과 119(TJB대전방송)’, ‘엉터리 내진설계(KBS대구 보도국)’ 2작품이 접전을 펼쳤으나 TJB대전방송의 작품은 어려운 사람들의 시각에서 문제제기를 한 점, 최근 문제되고 있는 위치정보와 관련된 좋은 사례보도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KBS대구 보도국의 보도는 해당 보도국의 인력에 비하여 공들인 수작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일본의 지진뉴스에 비해 파장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타깝게 탈락하였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빼앗긴 땅땅땅(경인일보)’이 유일하게 본심에 올랐다. 위 작품은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을 집중 조명한 점 등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아쉽게도 반수 이상의 득표를 얻지 못하여 탈락하였다. 이 보도와 관련하여서는 매우 필요한 지적이며, 이 보도와 관련된 내용들이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될 정도로 좋은 평가가 많았다.

지역기획 부문(2편)은 모두 본심에 오르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전문보도(사진) 부문에서는 ‘북한 주민 ‘50일 만에 송환’ 되던 날 (연합뉴스)’이 본심에 올라 심사위원들의 격론 속에 당선작이 되었다. 이 작품은 다른 보도들과는 달리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하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NLL의 실체를 인정한다는 점을 잘 집어낸 점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현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기자정신은 인정되나 사진 작품 자체는 상을 주기에는 평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심사 전후로 뉴미디어시대의 특종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심사위원 간 논쟁이 있었다. 비록 본심에 오르지 못했지만 KBS를 비롯한 방송기자들이 리비아 현장에 목숨을 걸고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 뉴미디어시대에도 기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나타나는 현실에서, 저널리즘은 다양한 시도와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 다양한 시도와 실험들에 대해서는 실수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좋은 점들을 칭찬하고 고무하여야 할 필요가 커 보이며 한국기자협회의 기자상이 그런 움직임에 동참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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