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감시 잘해야 일류시민이다

제24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문 / 중앙일보 권근영 기자


   
 
  ▲ 중앙일보 권근영 기자  
 
“당신 돈 같으면 그렇게 썼겠나.” 중앙일보 탐사기획부가 준비한 2011 어젠다 ‘세금 감시 잘해야 일류 시민된다’ 시리즈 기사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한 지방의회 의원이 군청 공무원들을 꾸짖으며 했던 말이었습니다.

20억원을 들여 박물관을 지어놓고 보니 보유 유물수가 등록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해 5년째 개관도 못하고 유지비만 들이고 있는 경남 산청박물관 때문이었습니다. 이곳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탐사부는 1백30억원을 들여 조성했지만 부실한 프로그램으로 찾는 이가 거의 없는 강원도의 태백체험공원, 2천억원을 들여 공사 중이지만 중앙과 지방이 서로 운영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국민안전체험테마파크 등의 현장을 짚었습니다.

이어 외딴곳에 건물만 화려하게 지어놓고 단체장의 치적 홍보 도구로 쓰고 있는 홍보관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고발 뿐 아니라 가능성도 보여줬습니다. 세금 낭비에 책임이 있는 단체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처음으로 승소한 전남 나주시의 사례를 단독 보도하는 등 시민들의 승리도 소개했습니다. 생생한 현장 르포를 위해 진세근 부장과 탐사부 기자 4명은 지난 1월부터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한파를 뚫고 산청ㆍ태백ㆍ여주ㆍ창원ㆍ부산ㆍ성남 등지로 흩어져 뛰며 헤쳐 모여 기획회의를 반복했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 올해는 재보궐,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 거의 매년 선거가 이어집니다. 후보자들은 표 얻기에 골몰합니다. 수백 가지 공약에는 비용이 수반됩니다. 공무원들은 예산이라 부르고, 시민들은 세금이라 부르는 그것입니다. 올 정부예산(3백9조 1천억원) 기준으로 국민 1인당 담세액은 5백만원에 육박합니다. 반면 10년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예산을 심의한 일수는 평균 32일에 불과했습니다. 예산의 탄생에 애초부터 낭비 요소가 있었던 셈입니다. 해서 중앙일보는 올 한 해를 관통할 어젠다 중 하나로 ‘세금감시’를 택했습니다. 탐사기획부가 연초부터 전국을 뛴 이유입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사무실로, 이메일로, 제보와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공동기획한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함께 세금낭비신고센터를 열고 제보를 접수해 후속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남 양산시의 ‘국내 최대 보행자 전용 다리’, 인천시의 ‘8백30억 들여 짓고 2백50억 들여 철거한다는 월미은하레일’ 등이 그 예입니다.

세금낭비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입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수상 역시 더 매섭게 감시하라는 채찍질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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