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 강렬한 메시지·그래픽 호평

제24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홍성완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고문



   
 
  ▲ 홍성완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고문  
 
전남일보 ‘광주시내버스 준공영제 진단’ 언론의 감시역할 돋보여


출품작이 보통 40여 편에 달하는 데 비해 30편으로 적은 가운데 신문 쪽 기획보도와 지역 부문이 돋보였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김정일 차남 김정철, 극비 싱가포르 외유’(KBS)와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 사건’(한국일보)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김정철 관련 기사는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동선에 관한 정보를 사전 입수했다 하더라도 싱가포르까지 출장 가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특종은 현장에 있다는 말처럼 에릭 클랩턴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김의 모습을 차분하게 카메라로 담아내는 수확을 거두었다.

의사 부인 사망 기사는 단순 변사로 볼 수 있는 사건을 문제의식을 갖고 신중하면서도 치밀하게 접근하는 취재 자세를 보여줬다. 만삭의 부인을 살해해야 할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등의 지적도 있었으나 기사는 치우침없이 주관을 배제했고 결국 유무죄 진실은 법정에서 밝혀질 일이라는 결론과 함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생활기록부 조작…’(MBC)은 학교이름까지 적시하는 구체성을 보여줬으나 과거 내신조작 관련 보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함께 본선에 오른 ‘처참한 방역 불감증’(한겨레신문)은 충격적인 사진을 곁들인 보도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구제역 관련 보도의 홍수 속에 묻힌 감이 있다. ‘서울대 김인혜 교수’ 인터뷰(동아일보)는 첫 보도가 아니라는 점과 실명 보도로 사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는 평가가 엇갈려 논란 끝에 탈락했다.

경제보도 분야는 1편만이 출품됐으나 역부족이었다. 사건 사고와 거리가 있는 경제 분야의 성격상 스트레이트 단독 기사 발굴이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이달의 기자상에서 ‘경제보도’ 부문을 별도로 둔 취지를 고려할 때 분발이 요구된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4편이 올라 ‘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아주경제), ‘세금감시 잘해야 일류시민이다’(중앙일보) 등 2편이 수상했다. 과개발 기사는 ‘남한 면적 1.2배가 개발병에 몸살’이라는 제목이 주는 메시지가 강렬했고 통계수치를 그래픽으로 잘 처리했다는 평가에 이의가 없었다. 기사 내용이 사회적으로 더 파급되어야 하는데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세금감시 관련 기사는 지자체 단체장들이 전시성 각종 시설물 건설에 세금을 낭비한 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발함으로써 세금 감시의 필요성을 대변해준 기획물이라는 평가다. 다만 실질적 효과 측면에서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고 언론·시민단체가 더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예방 성격의 기사는 임팩트가 떨어져 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조크성 언급도 있었음을 전한다.

방송기획 부문의 ‘폐지줍는 노인들’(KBS)은 소재는 새롭지 않지만 방송매체가 갖는 영상의 효과와 더불어 잘 만든 작품이고 최근 복지 이슈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된 점과도 부합된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 표 부족으로 수상하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

지역취재 부문의 수상 영예는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 법정관리 비위 파문’(뉴시스광주)에 돌아갔다. KBS광주도 동일한 사안을 다룬 ‘고위 법관 비리 의혹’을 출품했다. KBS 보도는 내용이 새롭고 심층적이지만 뉴시스광주가 충실한 1보로 문제를 제기한 점에 더 무게가 실렸다. 지역 법관인 ‘향판(鄕判)’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거론되어 왔고 특정 지역이 심하다는 것도 알려진 얘기인데 일찍이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향판 관련 기사는 파장이 컸다.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에 대한 감시는 언론의 역할 가운데 최상위 리스트에 위치한다. 지역기획 부문 ‘혈세 투입 광주시내버스 준공영제 긴급진단’(전남일보)이 수상작에 오른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금이 투입되는 버스 준공영제인 만큼 투명한 운영이 더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만 배불리는 사례를 고발한 점이 평가받았다. 어려운 여건에도 지역 언론사들의 활약이 돋보인 점은 퍽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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