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묘지 상석 밟는 안상수 대표

제245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사진부문 / 연합 광주전남취재본부 장덕종 기자


   
 
  ▲ 연합 광주전남취재본부 장덕종 기자  
 
북한의 소행이다, 반란이다, 폭동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떠돌고 있는 5·18을 왜곡하는 말들이다. 4년 동안 5·18 관련 기사를 다루며 수많은 관련 기사가 올라갈 때마다 네티즌들은 ‘폭도의 소행’, ‘북한 배후설’ 등을 주장하며 유족과 관련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문제는 이 같은 인식이 일부가 아닌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호남이라는 지역이 갖고 있는 특수성(지역 차별)과 결부되면서 5·18이 광주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분위기에 여당의 대표가 편승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보온병, 자연산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안상수 대표는 5·18묘지 상석을 밟는 실수로 또 한 번 입방아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안 대표의 실수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안 대표가 5·18묘지를 방문하면서 묘지의 상징성과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5·18묘지에 들러 참배하고 민주열사들의 묘지에 들른다. 의례적으로 묘지 앞에서 묵념하고 묘비를 만지며 추모의 예를 갖춘다. 그러나 그들의 행위에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

안 대표의 행위는 실수가 명백하다. 바쁜 일정상 참배만 하려 했던 안 대표는 경황이 없어 실수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도 제사상에 발을 올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기자들도 5·18묘지를 들를 때면 묘지를 혹시나 밟지 않을지 조심한다. 이래도 실수를 침소봉대 한다고 비판할 수 있을까.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나를 포함해 광주의 젊은이들은 부끄럽게도 5·18을 사실 잘 모른다. 정규교육 과정에서 5·18에 대해 배울 기회는 거의 없었고 대학을 다니며 선배들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게 전부이다. 심지어 ‘화려한 휴가’ 같은 영화에서 배운 지식이 전부라면 과장일까. 하지만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막연하게나마 무섭고 슬픈 시기였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5·18을 담당하는 기자가 되면서 5·18을 배워야 했다. 자랑스러운 기억보다는 부끄러운 기억이 더 많았다.

피해자들은 이권을 챙기는데,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바빴다. 정치인들은 5·18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치켜세웠지만 정작 피해자 보상, 후유증 치료, 왜곡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5·18이 위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환호성 뒤에서는 5·18이 왜 민주주의의 승리인지를 따지고, 가르치고, 이해하는 노력들은 보이지 않았다.

안 대표와 한나라당 지도부는 총선, 대선을 앞두고 불모지인 광주를 공략하기 위해 대거 광주를 찾았다. 광주의 상징인 5·18묘지에서 참배하고 시민들을 향해 “이제는 우리를 사랑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그들의 노력은 5·18묘지의 상석을 밟는 안 대표의 행위로 인해 상당 부분 묻혀 버렸다. 광주 시민들의 마음을 얻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안 대표가 진심으로 광주 시민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5·18을 공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야 하지 않을까. 물론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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