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민정수석실 보고 확인
제245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서울신문 강병철 기자
서울신문 강병철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3.16 14: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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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강병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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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고위직에 내정됩니다. 그럼 청문회가 열리고 임명동의안이 통과하는 순간까지 언론 등은 내정자에 대한 ‘폭로’를 끝없이 쏟아냅니다. 대다수는 그냥 견딜 만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다양한 이유’로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내정자는 결국 ‘용퇴’를 하게 되고, 그 폭로는 ‘특종’이 됩니다.
‘자리’와 그에 따른 ‘사람’, 즉 ‘인사’와 관련된 특종은 대부분 이런 매커니즘을 가집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누군가는 고배를 들어야 하고, 때로는 그날의 상처가 영영 낫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사는 취재팀 선배의 말씀대로 누군가 ‘등에 칼을 꽂는’ 짓인 셈이지요.
저희 서울신문 법조팀의 수상작 ‘민간인 사찰, 민정수석실 보고 확인’(서울신문 2011년 1월 10일자 1, 4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사는 취재팀이 발생 당시부터 꾸준히 관심을 갖고 기사화했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연장선이었지만 결과로 보건대는 결국 당시 감사원장으로 내정된 정동기 내정자를 겨눈 폭로였습니다.
당시는 이미 정 내정자에 대한 폭로가 한창 물오른 때였습니다. 검찰을 퇴직한 그가 전관예우를 받아 ‘7개월간 7억원’을 벌었다는 것이 주된 공격 방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에게 ‘견딜 만한’ 폭로였던 모양입니다. 논란이 거셌음에도 다양한 해명(또는 변명)을 내놓으며 꿋꿋이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1월 10일 이 기사가 나갔고, 그는 결국 이틀 뒤 용퇴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다”는 성현의 말씀까지 인용했습니다. 이로써 저희 팀의 기사는 특종이 됐고, 민정수석 출신이 감사원장이 되는 초유의 감사원 중립성 훼손 사태는 일단 미뤄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공익을 위한다고 하지만 기자도 사람일진대 ‘등 뒤에 칼이 꽂힌’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요. 누가 두루미인지, 까마귀인지는 차치하고서 말입니다.
물론 안타까운 점도 한둘이 아닙니다. 그의 용퇴에는 분명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그 중 하나가 ‘정권의 부담’이라고 하더군요. 취재팀의 보도로 민간인 불법 사찰 결과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정 내정자에게 보고됐다는 사실이 끝내 확인되면서, 이 사건에 다시 불이 붙을까봐 그를 쳐냈다는 것이지요.
진실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그가 용퇴하면서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은 결국 다시 잠잠해지고 말았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의 ‘윗선’이 과연 누구였는지, 청와대가 어느 정도 관여를 한 것인지, 언젠가는 또 이를 폭로할 특종이 나올 때가 오지 않겠습니까.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