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세상과 공감하다

제24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KBS 최서희 기자


   
 
  ▲ KBS 최서희 기자  
 
비영리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이 있다는 사실을 2년 전 판결문을 보고 우연히 알게 됐다. ‘공감’은 안정된 기득권의 삶으로 올라설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고 인권 사각의 사회적 약자들을 변호해 온 젊은 변호사들이 모인 곳이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꺼리는, 소위 ‘돈 안되는’ 공익, 인권 소송을 끈질기게 맡다보니 이들이 승소한 다수의 사건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고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크게 바꾸는 데 기여한 사건도 적지 않다. 지난해 탐사제작부에 와서야 이 변호사들과, 이들의 시선을 통해 본 ‘낮은 세상’을 프로그램에 담기로 했다.

‘공감’을 만든 박원순 변호사에게 도움을 구하고, ‘공감’ 1호 변호사인 염형국 변호사의 이메일로 기획의도와 함께 방송이 되면 달라지는 대내외의 긍정적인 변화 5가지를 적어 보냈다. ‘공감’은 앞서 ‘인간극장’의 섭외도 거절한 터라 답을 기다리는 며칠 내내 초조했다. 결과는 다행히 긍정. 처음 변호사들과 만났을 때는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졌다. 서먹함을 깨기 위해 ‘공감’ 인턴, 기부자까지 함께 한 등산 모임에 사진기를 들고 따라갔다. 그날 찍은 사진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전하고, 회식이 있으면 끝까지 남아 얘기를 나누며 마음을 터갔다.

우선은 나부터 현안에 대해 가슴으로 ‘공감’할 필요가 있었다. 장애인 성폭행 피해 쟁점 토론회나 이주여성 인신매매 방지 관련법 세미나 등 ‘공감’ 변호사들이 주도하는 각종 토론회, 공청회의 방청석에 앉아 인권교육을 받는다는 자세로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패널들의 주장을 경청했다. 또 시청자들이 소수자, 약자의 인권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공감하도록 선배들과 함께 제작기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법과 인권이라는 다소 딱딱한 주제를 다뤘는데도 시청자들은 ‘공감’ 변호사들이 들려주는 낮은 세상 이야기에 마음을 열었고 격려의 글이 줄이었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변호사법에 명시된 변호사의 사명이다. 어찌 보면 이 사명에 충실했을 뿐인 변호사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의와 공정사회를 부르짖는 사회 지도층들이 출발선부터 다른 ‘낮은 세상’의 저임금 근로자, 이주여성, 노숙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있을까.

이번에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준 대상은 지난 7년 동안 ‘낮은 세상’에 임하며 흔들림 없이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을 변호해 인권의 경계를 넓혀 온 ‘공감’ 변호사들일 것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