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녹은 북극 '자원 新대륙'을 잡아라

제24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문 / 조선 정병선 차장대우


   
 
  ▲ 조선 정병선 차장대우  
 
러시아 북극해 주변을 다녀온 것은 새로운 세계와의 교감이었다. 야말네네츠 자치구(Ямало-Ненецкий автономный округ)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서 북쪽으로 약 2천5백㎞ 떨어진 북극권 서시베리아에 위치한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순록을 따라 유목하는 원주민 세상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에너지 개발현장으로 천지개벽한 곳이다. 러시아가 생산하는 석유 74%, 가스의 90%(세계가스 매장량의 3분의 1)가 매장돼 있는 자원보고(資源寶庫)요, ‘강한 러시아’를 지탱하는 수입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은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러시아가 자원·영유권 확보전을 벌이는 ‘북극해 쟁탈전’의 전초기지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북극권과 북극해 주변의 엄청난 자원 매장량은 중동과 카스피해를 능가하는 또 하나의 에너지 공급창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북극해는 영유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어 북극해 연안국들은 ‘바다 따먹기’ 전쟁을 하고 있는 곳이다. 21세기 자원전쟁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이번 취재는 ‘한국과 러시아 수교 20주년’을 맞은 특별기획 차원이었다. 자원개발과 석유·가스의 에너지 전략화 문제가 1차 관심사였지만 툰드라에서 사는 네네츠 원주민들의 실상도 구체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야말네네츠의 기온은 영하 47도였다. 평생 경험한 적 없는 최고의 혹한(酷寒)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지 정확히 2분이 지나자 귀와 손발이 굳어갔고, 숨이 턱 막혔다. 사실 영하 47도면 웬만한 문명의 도구는 작동 불가다. 만년필과 볼펜 등 필기구는 서너 글자를 쓰다 보면 기능이 마비된다. 오직 연필만이 원시세상에서 필기도구로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런 곳에서 문명과 원시가 공존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러시아내 취재거리는 정말 다양하고 신비한 것이 많다. 체첸공화국 내전지역에서부터 야말과 캄차트카 등 원시의 자연까지. 또 러시아는 유럽에 남은 마지막 비즈니스 현장이라고들 한다. 그런데도 한국의 언론은 러시아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러시아를 잘 모른다. 러시아를 알고 접근해야만 하는데도 말이다.

1990년대 북방외교를 지향하던 당시 15명에 이르던 모스크바 특파원은 현재 고작 2명만 남았다. 한때 중국보다 우리에게 더 관심있었던 러시아를 이대로 둬도 될 것인가? 반문해 본다. 러시아를 바라보는 시각은 결코 에너지가 전부가 돼선 안된다. 21세기 변화무쌍한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러시아 전문가 양성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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