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에 꽂힌 1m 짜리 포탄
제243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부문 / 한겨레 박종식 기자
한겨레 박종식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1.26 14: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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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박종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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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자시죠?”
“네, 그런데요.”
“해경에서 찾고 있던데요. 연평도에 한겨레 기자분만 들어오셨다고 하던데.”
“아, 그렇군요.”
그때 비로소 알았다. 연평도 포격 현장에 기자는 나와 취재기자, 한겨레21 선배만이 들어 와 있다는 걸.
6시간이 걸려 도착한 연평도는 꺼지지 않은 잔불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부두에서 마을로 향하는 소방차와 앰뷸런스의 행렬 사이로 매캐한 냄새가 새어 들어 왔다. 차량 행렬은 초등학교 운동장에 멈춰 섰다.
카메라를 둘러 메고 새벽 어둠 속으로 숨었다. 타는 냄새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군데군데 무장을 한 군인이 서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그들 앞을 지났다. 초조한 마음에 걸음은 빨라졌다. 포탄에 뜯어져 나간 아스팔트 더미가 발에 걸렸다.
불을 쫓아 간 민가에는 의용소방대원들과 군인들이 꺼지지 않은 불길을 잡고 있었다. 물에 젖은 어린 병사들이 자욱한 연기 속에서 밭은 기침을 뱉었다. 그들은 사진기를 든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빨리 불길을 잡는 것이었다.
불길이 잡힌 민가는 앙상한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포탄 파편에 깨진 유리창 너머로 절이다 만 배추포기 더미가 보였다. 큰길 가 식당 앞에는 먹다만 자장면과 짬뽕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불타버린 민가 앞을 빠른 걸음의 젊은이가 지나갔다. 그를 쫓았다. 사내는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지하벙커로 향했다. 지하벙커에는 주민들이 스티로폼에 올라 앉아 군용모포로 몸을 감은 채 날이 밝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 벙커를 밝히는 촛불이 흔들렸다.
“6시에 연평도 떠나는 배가 들어올 거예요. 지금 면사무소로 가야 돼요.”
젊은 사내의 말에 주민들은 굳어진 몸을 일으켜 지하벙커를 빠져나왔다. 초로의 주민들은 차가운 지하벙커에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다. “지금 나가면 우리가 어딜 가겠어.”
하지만 장정들은 주저앉은 노인들을 면사무소로 이끌었다. 면사무소에 모인 주민들은 승용차에, 봉고에, 트럭에 몸을 싣고 부두로 향했다. 서치라이트를 켠 행정선이 들어왔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먼저 배에 태워졌다.
새벽녘, 붉게 물든 연기를 뚫고 연평도 주민을 태운 행정선이 뭍으로 향했다. 행정선 3대가 오갔고, 날이 밝았다. 연평도는 전쟁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