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는 구타 사건
제243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MBC 김재용 기자
MBC 김재용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1.26 14: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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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김재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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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 자체의 비윤리성도 그렇지만 ‘믿기지 않는 구타사건’ 1,2편을 취재하면서 가장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부분은 “해당 기업인과 일부 임원들에게 ‘돈을 준다면 구타행위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각인시켜 준 논리의 구조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였습니다.
만약 이런 폭압적 구조가 해당 기업 내에서 실제로 존재해왔다면 그건 유홍준씨(탱크로리 화물기사)에 대한 구타 외에 다른 폭력행위도 있었을 개연성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고, 이는 나아가 ‘비합리적인 자본과 노동의 관계’, ‘금권주의’와 ‘초법적 특권의식’ 등이 우리 사회 속에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놀라운 증언은 후속 취재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직원들은 머슴이다. 머슴들은 잘 먹여야 한다.”
해당 기업인이 평소 임직원들에게 했다는 이 발언은 오래 전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얼핏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언입니다. 자본주의가 개인과 개인의 자유로운 계약관계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자본주의를 근저에서부터 흔드는 발상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기업주가 이런 기초를 몰랐을까요? 그러나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결론은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우리 사회가 외형은 자본주의로 바뀌었지만 인식은 아직도 봉건적인 그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증거라는 겁니다.
‘노동자=머슴?’ 백번 양보해 그가 큰 진정성을 담고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런 사고의 틀 속에서 ‘사람을 야구 방망이로 패고도 돈 좀 쥐어주면 된다’는 천박하고도 초법적인 발상이 자라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두고 ‘파이트 머니(Fight Money)’를 운운한 한 임원의 발상이 여전히 놀랍기만 할 뿐입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비록 일부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자본이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건강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수많은 노동현안이 단순히 ‘밥그릇 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과 노동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의 문제이자, 양자가 서로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의 문제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취재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부당한 노동조건 하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분들의 고통이 조금은 덜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