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모금회 잇단 비리…줄줄 샌 국민 성금
제242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12.15 15: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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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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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이었다. 취재한 내용이 정말 진짜라면 독자를 매우 불쾌하고 화를 나게 하는 보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도 적은 액수지만 몇 년째 국내의 한 구호단체에 매달 기부를 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인지 모금회 일부 직원의 비리가 속속 드러날 때마다 본인도 모르게 배신감마저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모금회의 곪아 터진 내부 비리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나서야 모금회는 회장과 이사진 등 20명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모금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기부금 내역 실시간 공개’ 등의 제도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16개 시도 지회장과 사무처장의 재신임을 묻는 한편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되는 대로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징계 요구를 받은 직원 48명에 대해선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로 했다.
모금회가 각종 쇄신안을 통해 국민 기금을 투명하겠다고 밝혀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뒷북 다짐을 보인 터라 모금회 자체의 자정 능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중부라인을 담당하는 한상용, 이지헌 기자의 모금회에 대한 애초 취재의 초점은 내부 비리가 아니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민 성금’이 어떻게 관리되고 쓰이는지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 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운영 실태에 관해 알아보자는 게 주요 취지였다.
모금회 직원들이 수년에 걸쳐 비리,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국민 성금을 자신의 쌈짓돈인냥 유흥업소 등에서 사용했을 것이라는 상상도 전혀 하지 못했다. 또 국민 성금을 모금, 관리하는 기관의 성격상 성역이나 다름없었던 모금회의 내부 비리를 알아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설령 진실을 파헤쳤다 해도 직접 보도하기에도 부담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잘못 보도라도 하게 된다면 명예훼손은 물론 연말연시 성금 모금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도 들었다.
그러나 두 명이 며칠 간 의기투합해 사전 취재를 진행하면서 모금회에서 악취가 났고 믿기 어려운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지회의 간부는 성금을 분실하고 장부를 조작하는가 하면 다른 지회에서는 ‘사랑의 온도탑’을 매년 재활용하면서도 새로 제작하는 것처럼 꾸며 공금을 유용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한두 푼 국민의 정성과 피땀으로 모인 성금이 잘못 유용되고 있다는 확신도 점점 굳어졌다.
이를 그냥 넘겨버리면 비리가 척결되지 않고 모금회 직원의 도덕적 해이도 갈수록 심각해 질 게 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불편한 진실을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광철 캡과 꾸준한 의견 조율 끝에 언론사 처음으로 모금회의 누적된 총체적인 비리와 부정 행위를 고발했다. 취재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모금회 측은 사실확인을 요청할 때마다 “내부 문제는 없다”, “자체 감사가 잘 이뤄져 다른 비리가 나올 수 없다”고 답변했고 한 관계자는 노골적으로 협박성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두 기자는 모금회를 통해 최종 확인한 부분, 그동안 보건복지부, 감사원, 시민단체, 국회의원실 등을 대상으로 한 외곽 취재, 어렵게 이끌어낸 내부 고발 등을 통해 ‘공동모금회 잇단 비리… 줄줄 샌 국민성금’이란 스트레이트 기사와 ‘각종 비리 실태’를 구체적으로 고발한 ‘비위·부정으로 얼룩진 ‘사랑의 열매’’ 박스 기사 두 꼭지를 송고할 수 있었다. 이후 닷새 간 후속 취재에 나서 모금회 임원연봉, 채용비리, 해외 감시사례 등의 기사를 송고하자 모금회에서는 ‘한번 만나자’고 요청하는 등 읍소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