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난민시대-일자리 없나요?

제242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경향신문 김지환 기자


   
 
  ▲ 경향신문 김지환 기자  
 
지난 6월 일자리를 주제로 기획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막막함이 앞섰다. 워낙 복잡한 문제이기도 했지만 이미 고용과 관련된 논의들은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한국사회 일자리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익히 알려진 것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양을 늘려 ‘고용 없는 성장’을 돌파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정부도 사회서비스 부문을 블루오션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전형적으로 ‘나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때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일자리 양보다 중요한 것은 질이 아닐까.’ 자꾸만 유연성을 강조하며 양을 늘리는 것에만 천착하는 담론은 나쁜 일자리, 다시 말해 불안정 노동이 늘어나는 현실을 가리기 위한 하나의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일자리의 양과 질을 고루 살펴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자 불안정 노동이라는 것이 단순히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만으로 표현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인력공급업체 등을 통해야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파견노동자들은 사업장의 물량에 따라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려졌다. 때문에 지역공단을 돌고 돌아야 했다. 사용자를 상대로 싸울 힘도, 노동조합도 없었다. 정처 없이 떠돌 수밖에 없는 이들의 삶을 언어라는 틀 속에 조금이나마 담아내려고 노력한 결과물이 ‘고용난민’이라는 표현이었다.

또 공정사회라는 것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만 이뤄져선 안 된다는 것도 양극화된 노동시장을 들여다보면서 깨닫게 됐다. 기업간의 이윤 재분배가 아니라 최하층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이 이뤄질 때 진정으로 공정이란 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취재를 위해 인천, 부산, 경주, 독일 등으로 뛰어다녔다. 곳곳에서 만난 이들은 노동시장의 이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특별취재팀이 쓴 기사가 이들에게도 큰 도움을 주었는지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모든 기자들이 그렇겠지만 조금만 더 애를 쓰지 못한 것이 못내 맘에 걸린다. 때문에 상을 받는다는 것이 과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 때가 적지 않다.

아직도 위장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았던 인천의 한 파견업체에서는 잊을 만하면 취업하라고 문자가 온다. 처음에는 귀찮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어찌 보면 이 문자가 고용난민들이 관심의 끈을 놓지 말라며 보내는 신호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앞으로는 문자가 오지 않더라도 한국사회에서 ‘유령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내는 데 열과 성을 다하고 싶다는 말로 수상소감의 끝을 갈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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