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번에는 '한글공정' 나서나
제242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부문 / 전자신문 김인순 기자
전자신문 김인순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12.15 15: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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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 김인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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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이틀 앞둔 10월 7일 중국동포 한글학자를 만나러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의 한 건물 앞 노천카페에 앉아 있었다. 3시에 온다던 중국동포 학자는 30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 지리가 낯설기 때문이겠지 생각하고 1시간을 기다린 끝에 그를 만났다. 그의 첫마디는 조선어(한글)를 둘러싼 중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동포로 살지만 한국 민족이란 것을 자랑스러워했던 그는 아이폰 쇼크에 흔들리는 IT코리아의 현실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특히 이런 시점에 중국 정부가 첨단 모바일 단말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조선어 입력 표준을 만든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한글은 단순히 우리만이 쓰는 문자가 아닌 중국, 한국, 북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등 여러 국가가 함께 쓰는 글로벌 문자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한글의 우수성만 좋다고 외치고 있던 것과 달리 중국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첨단 모바일 기기의 조선어 입력 방식을 표준화해 자국 소수민족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물론 동북아 국가까지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한글날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기에 국내 한글정보학회와 관련 부처 등의 확인을 거쳐 기사를 출고했다. 11일 기사가 나가자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것은 누리꾼들이었다. 누리꾼들은 중국이 한글을 빼앗으려 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내며 인터넷을 달궜다. 청원 운동까지 시작해 일순간에 ‘중국의 한글공정’이 이슈화됐고 취재기자의 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댔다.
기사 작성의 의도는 ‘첨단 IT기기 한글 입력 표준이 중국에 빼앗길 수도 있으니 발 빠르게 대처하자는 것’이었지만 누리꾼들은 한글공정이라는 감정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자칫 외교 문제를 불러 올 수 있다고 판단했고 팀장과 함께 이번 일의 실체와 우리의 안일한 대응을 심층 분석한 기획기사를 다음날 게재했다. 이 기사가 나가자 격앙됐던 인터넷도 기사의 본질을 깨닫고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관련 부처도 1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휴대폰 한글자판 표준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정치권도 관심을 보였다.
기사가 나간 뒤 휴대폰 한글 입력과 관련된 특허권자들이 이해득실을 넘어 특허를 정부에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가장 큰 소득이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첨단 IT기기의 등장과 함께 한글 입력 표준의 사용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관련 표준이 제대로 마련되는 때까지 끝까지 감시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