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받고 수사 청탁 의혹
제242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SBS 김정인 기자
SBS 김정인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12.15 14: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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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김정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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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가 고소인에게 사건 청탁의 대가로 고급 승용차를 받았다.”
지난 7월, 법조팀으로 영화에나 나올 법한 내용이 담긴 제보가 접수됐다. 음해성 투서가 오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에 편지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편지에 적혀 있는 이름들만 가지고 사건 관계자들을 취재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아파트 사업권 관계자들과 1차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을 비롯해 20명이 넘는 사람들을 차근차근 접촉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취재가 진행되면 될 수록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른바 ‘그랜저 검사’인 문제의 부장검사와 관련 사건을 담당했던 평검사는 같은 대학 출신으로 친한 선후배 사이였고, 담당 수사관도 과거 이 부장검사와 함께한 사무실에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경찰에서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된 4명의 피고소인들은 모두 기소됐지만 1, 2, 3심 재판과정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경찰과 법원과는 달리 검찰에서만 무리하게 이 사건의 판단을 다르게 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인 ‘제식구 감싸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법원의 무죄를 받은 피고소인들이 ‘그랜저 검사’와 고소인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했지만, 이 사건을 맡은 검찰은 1년 3개월 넘게 수사를 끌었다. 결국 검사들 간의 청탁 사실과 그랜저 승용차 수수사실까지 확인했지만 검찰은 지난 6월 ‘그랜저 검사’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내고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검찰 간부인 부장검사의 비위 사건인 만큼 검찰총장까지 직접 결재를 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이고 검찰총장까지 이른바 검찰 수뇌부는 ‘무혐의’ 결정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결재 서류에 사인했다.
국가기관인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린 사건인 만큼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과 검토를 무수히 반복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이고 검찰총장까지 사건 처리에 책임이 있는 만큼 이곳저곳에서 압력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판단해 보도 직전까지도 보안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SBS 보도가 나간 직후 검찰이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내용은 궁색했다. 국정감사에서 당시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노환균 서울지검장은 재수사는 불가하다며 완강히 맞섰지만 결국 대검찰청 감찰부 검토 결과 수사의 미진함이 인정돼 김준규 검찰총장은 사건의 재수사를 결정했다. 검찰은 지난 8월 자체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도입했던 특임검사 제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검찰이 이번에는 과연 어떠한 결과를 내놓을지 끝까지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