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할머니의 '보석같은 이야기'

동아 김지현 기자와 차보석씨 '훈훈한 정' 화제


   
 
  ▲ 동아일보 김지현 기자  
 
김지현 동아일보 기자(사회부)는 지난달 사내 우수기사상에 선정돼 받은 포상금을 전액 CJ도너스캠프에 기부했다. 김 기자는 기부자 이름을 ‘차보석 할머니’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할머니를 통해 ‘참다운 삶’에 눈을 뜨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김 기자는 저소득층 아이들 교육을 돕고 있는 차보석 할머니를 인터뷰했다. 할머니의 서울 상도동 단칸방을 찾을 때만 해도 평소 적지 않게 해온 미담 기사 취재와 다름없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할머니를 만난 뒤 받은 감명은 상상 이상이었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다. 4남매를 뒀지만 가난을 견디지 못해 큰아들은 가출했고 외동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픔도 겪었다. 그는 장애연금과 노령연금을 합쳐 20만원 남짓한 수입으로 생활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매달 1만원을 저소득층 아이들 교육 지원사업을 하는 CJ도너스캠프에 기부하고 있었다.

“같이 찾아간 대학생 인턴기자가 할머니 말씀을 듣고 감동해 갑자기 무릎을 꿇었어요. 그 학생은 그 일을 계기로 꼭 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만큼 저도 많은 가르침을 받았어요.”

뜻하지 않은 ‘청와대 사건’도 있었다. 기사를 통해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할머니에게 선물로 손목시계를 보냈다. 그런데 한쪽 팔이 없는 할머니에게 시계는 무용지물이었다. 김 기자는 ‘청와대의 ‘무개념 선물’’이라는 후속 보도로 소홀함을 따끔히 꼬집었다.

이 일로 할머니께 누를 끼친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는 김 기자는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 많이 하세요”라는 할머니의 말씀을 떠올렸다. 때마침 할머니 기사로 받은 포상금을 주저없이 기부금으로 쾌척했다. 대신 기부는 전액 할머니의 이름으로 하기로 했다.

할머니는 평소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부담을 느끼실 것 같아 평소 자주 연락을 못하지만 꼭 한번 다시 찾아뵐 생각이란다. 김지현 기자는 그전에 차보석 할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할머니, ‘미안하다’는 얘기 이제 하지 마세요. 할머니께 참다운 삶을 배운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저도 기자이기 이전에 아름다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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