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축구 주말리그제 승부 조작 파문
제24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류형근 기자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류형근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11.24 15: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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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류형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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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지난 9월12일 오전. 휴대전화에는 ‘호랑이’ 같은 회사 선배의 이름이 찍혀 있었다. “고교 축구대회에서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설이 있으니 확인취재를 하라는 지시였다.
전화를 끊고 나니 휴일의 단꿈이 깨지 듯 쉽지 않은 취재가 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특히 “통신사 기자는 취재를 시작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정확한 팩트를 찾아내야 한다”는 선배 기자들의 지론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일단 평소 친분이 있던 축구계 관계자에게 귀동냥이라도 할 요량으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광양제철고와 포철공고 간의 경기가 다소 의심스럽다는 대답이 나왔다. 광양제철고와 포철공고는 같은 재단이고 마지막 경기 상황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뭔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던 광주 금호고 축구부를 곧바로 방문했다. 미심쩍었던 의혹이 하나 둘 풀리면서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금호고 축구부에선 “같은 재단인 광양제철고와 포철공고의 경기에서 종료 7분을 남겨놓고 이해할 수 없는 5골이 터졌다”, “경기 시작 시간도 10여 분 정도 고의로 지연시킨 의혹이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성토가 쏟아졌다. 여기에 증거자료까지 충분히 확보했다.
기사가 보도된 후 전국에서 의혹의 목소리가 증폭됐고 결국 대한축구연맹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감사 결과 두 학교가 서로 짜고 승부를 조작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경기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연속 보도를 하면서 혹여나 어린 학생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도 됐다. 하지만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 자명했기에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시리즈 기사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다소 위안을 삼았다.
기사가 마무리된 후 회사 선배들의 권유로 한국기자협회에 이달의 기자상을 출품키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며칠간 짬을 내 스크랩한 중앙지, 지방지 신문철이 없어졌기 때문. 분명 스크랩북을 방안 책상 위에 고이 올려 놓았건만 온데간데 없었다. 그것도 출품 하루 전날. 알고 보니 깔끔한 성격의 임신 3개월 된 아내가 다른 서류 뭉치와 섞여 있는 스크랩북을 아파트 재활용품 창고에 버린 것이었다. 그날 아내와 기자는 재활용 창고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수상한 이 모든 영광을 임신한 몸으로도 남편을 더 살피는 아내, 그리고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