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최신예 고속함 문제 단독보도

제24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YTN 함형건 기자


   
 
  ▲ YTN 함형건 기자  
 
“국방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이스라엘의 국산무기 개발 성공률은 50%가 안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90%를 넘어 거의 1백%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두어달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취재원 한 분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는 국내 명품무기 개발사업, 특히 복합무기 체계인 해군 무기에 문제점이 없는지 잘 살펴보라는 귀띔이었다. 마침 육군 K계열 무기에 대한 각종 문제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기 시작한 때였다. 천안함 사건으로 그 중요성이 한껏 부각된 해군 무기 체계에는 유사한 결함이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당연히 커졌다.

취재를 시작하고 얼마 안 가서 그간 쌓였던 문제점들이 속속 감지됐다. NLL 최전방을 수호할 차기 고속함을 만드는 사업, 일명 ‘검독수리-A’ 사업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는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실전 배치된 1번함인 윤영하함의 진동 문제가 여전한 데다, 국산 워터제트 추진기를 장착하기 시작한 2번함 한상국함부터는 문제가 더욱 커져 정상적인 고속주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의원실을 통해 국감자료로 요청해 입수한 방사청의 자료의 시험평가 결과는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결함으로 배가 좌우로 궤도를 이탈한다는 것. ‘갈지자 주행’ 고속함이란 함축적인 제목을 달아 일주일간 모두 6개의 리포트를 제작해 방송했다.

뉴스가 처음 보도된 날은 문제가 된 한상국함이 조선사로부터 해군에 인도되기로 예정됐던 날이었다. 군 당국은 선박 인수를 보류하고 추진기 재설계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정황이 더 파악됐다.

조선사가 선박 인도를 강행하려 한 사실과 방위사업청이 한상국함의 문제를 확인하기도 전에 후속함 건조를 줄줄이 계약한 사실도 드러났다.

직진주행 문제는 당연히 후속함들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기본도, 원칙도 지키지 않은 무리한 선박 건조의 대가는 이렇게 컸다. 선도함의 성능을 철저히 평가해 검증된 기술을 기반으로 후속함을 건조해야 한다는 군함 건조의 ABC를 무시해 더욱 복잡해진 문제였다.

뉴스가 나간 뒤 방위사업청이 결함 발생 사실을 인정하면서 타 매체들도 ‘갈지자 고속함’이란 제목으로 많은 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군 안팎에서도 “속 시원한 뉴스였다”는 반응이 들려왔다. ‘뭔가 해냈구나’ 하는 보람도 느꼈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무엇보다 문제의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 보다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심도 있는 취재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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