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우범자, 우범지역 분석 보고서

제24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부산일보 성화선 기자


   
 
  ▲ 부산일보 성화선 기자  
 
성범죄는 왜 사회취약계층이 사는 동네에서 많이 일어날까. ‘김길태 사건’ 취재 때부터 끊이지 않던 의문이었다. 형사들도 경험칙 상 ‘취약계층 밀집지역=성범죄 다발지역’이라는 데 공감했다. 하지만 어디에서 풀어야 할지 몰랐다. 고민하던 차에 한 형사의 입에서 단서를 얻었다. “우범자들이 꼭 어둡고 칙칙한 동네를 헤집고 다니며 우리를 괴롭혀.” 형사의 뻔한 푸념이고 현장에서 흘려보냈던 이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가설부터 세웠다. ‘우범자 밀집지=어둡고 칙칙한 동네=사회취약계층 밀집지=치안환경 열악=성범죄 빈발지역’이라는 고리를 만들었다. 그럴듯해 보였다. 문제는 검증작업. 우범자 밀집지를 동별로 파악하는 것부터 막막했다. 경찰은 개인정보 등을 운운하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국회의원을 통해 자료를 받았다.

당시 내가 할 줄 아는 엑셀은 입력과 덧셈, 뺄셈 정도였다. 포털사이트에서 엑셀 기본 사용방법을 찾아가면서 자료를 정리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이 관리하는 1천여 명의 성범죄 우범자 동별 거주지, 통계청의 동별 세대별 인구와 동별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등이 엑셀과 GIS 작업을 거치자 가설은 사실로 드러났다. 올해 7개월 동안 부산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범죄자 거주지, 범죄 발생 동별 주소는 경찰로부터 받아 실제 성범죄 특성도 밝혀냈다.

생각지 못했던 논쟁이 일기도 했다. 특정 동네에 성범죄 우범자가 많고, 실제 성범죄가 많으며, 기초생활수급자 비율까지 높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에 대한 논란이었다. 해당 동네 사람들에게는 낙인효과만 가져올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책 마련을 위한 기획 시리즈를 잇따라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단순히 특정 동네를 지목하는 수준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 그 동네 치안환경이 바뀔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에서 출발했다.

예상치 못했던 수확을 얻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부산지방경찰청이 성범죄 지도를 만들었다. 덕분에 실제 달아난 범인을 잡기도 했다. 내가 범인을 잡은 것처럼 좋았다. 반면 오늘도 경찰서로 출근했더니 강제성추행 사건 보고서가 보였다. 성폭행 사건이 기사 하나로 완전히 근절되리라고 바란 것은 아니지만 씁쓸했다. 하지만 한 명의 범인이라도 놓치지 않고 한 명의 희생자라도 막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보람된 일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해 본다.

자료 제출에 손사래 치는 경찰서에서 일일이 데이터를 챙겨준 사회부 경찰 기자들에게 넘치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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