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나는 대구 정화조 업계
제24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매일신문 임상준 기자
매일신문 임상준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10.27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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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신문 임상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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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뚜껑을 여는 순간 대구 정화조 업계의 구린내에 코가 썩을 지경이었습니다. 수거량 부풀리기와 허위 영수증 발급 등 온갖 비리가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이제껏 어느 누구도 그 뚜껑을 들추지 않은 까닭입니다.
환경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분에는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인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습니다. 수질오염의 주범입니다. 그간 대구 정화조 업계가 규정량의 3분의 1밖에 변을 푸지 않았습니다. 넘친 오물이 그대로 낙동강으로 유입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한 할머니의 하소연이 긴 여정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똥차를 불렀는데 똥을 반도 안 푸고 그냥 갔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설이었고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시간 낭비가 아닐까’라는 염려가 앞섰습니다. 지역언론 환경 상 충분한 인력과 예산으로 럭셔리(?) 취재를 하기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단추조차 제대로 끼워지지 않는다면 대구시는 영영 고담도시로 남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힘을 냈습니다.
지루한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수거량을 부풀리는 현장을 잡지 못한다면 기사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8개 구·군청 정화조 청소 고지서부터 뒤졌습니다. 정화조는 1년에 한 번 또는 두 번 의무적으로 청소를 해야 하는 탓에 현장을 잡기 위해서 똥통을 직접 보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고지서가 발부된 가정집부터 훑었습니다.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정화조 청소가 언제, 어디서 이뤄질지 모르는 데다 정화조 업계, 구청 직원 등이 모두 한통속이었기 때문입니다.
곧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취재에 착수하자 업계 전체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취재 시작 때부터 마칠 때까지 업체와 구청에다 질문만 해도 취재내용, 질문사항, 저의 동선까지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회유도 많았습니다. 유혹 앞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세 편의 특종보도와 함께 5편의 후속보도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대구시의 대대적 감사로 업체 25곳이 적발됐고, 대구 정화조 청소조례 제정, 비리 재발 방지와 자정노력, 공개입찰 방식으로의 전환 등 무수한 열매가 달렸습니다. 제240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과 함께….
두드리지 않았다면 열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권성훈 특집팀 선배와 박병선 사회1부장, 이춘수 사회1부 팀장, 이상준 경찰팀 캡, ‘교육의 일환이니 똥통을 들여다 보라’는 지시에 후각을 잃은 황수영 수습기자, 그리고 변상준 기자로 불러주는 편집국 모든 동료 기자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