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검사·판사 8명 복권 광복절특사 명단 숨겼다

제240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서울신문 강병철 기자


   
 
  ▲ 서울신문 강병철 기자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정치인·기업인 등 ‘힘 있는 지도층’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신문 2010년 8월 14일자 4면)

이렇게 기사를 쓰는 것만으로 올해도 그냥 지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먹히지도 않는 쓴소리를 잠깐 늘어 놨을 뿐, 취재팀의 8·15 특별사면 보도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터졌습니다. “아는 사람인데 특사 확인 좀 해주라. 손○○이라고.” 법무부는 특사 브리핑을 하면서 보도자료에다 72명을, 또 기자들의 요구에 추가로 기업인 6명의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그 외에는 ‘비공개’가 원칙이었습니다. 손○○, 회사 선배가 확인을 부탁한 그 이름은 명단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추가 공개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일단 법무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담당자는 선뜻 손 선생의 특별복권 사실을 확인해 주더군요.

이 이야기를 들은 취재팀 선배는 손씨가 법조비리를 저지른 부장판사 출신이라는 사실과 함께, 이번 특사에 다른 법조인도 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곧장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어렵지 않게 애초 특별사면위원회가 공개토록 한 1백7명의 명단을 입수했고, 법무부가 이 중 29명 이름을 자의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29명의 면면은 참 화려했습니다. 전직 부장판사·검사 등 비리 법조인 8명에다 전직 교육감, 경찰간부, 공기업 사장, 군수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몰래 특사 혜택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서글픈 건 법무부의 반응이었습니다. 명단 입수는 시시할 정도로 순조로웠습니다. 달랬더니 주기에 그냥 받았을 뿐. 법무부 담당자도 그게 문제가 될 거란 생각을 전혀 못한 거지요.

보도가 대대적으로 나가자 그제야 법무부는 심각성을 알게 된 모양이었습니다. 곧 해명이 나왔고, 이어 대책을 내놨습니다. 후속 보도를 하겠다고 2008년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이번에는 긴장 가득한 모습으로 “한 번 더 살펴보고 주겠다”고 하더군요. ‘아, 이래서 기자가 필요하구나’라고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이 일로 소중한 가르침을 준 선배들은 물론 법무부에도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쓴 지적을 달게 받아 주시고 기꺼이 잘못을 바로잡은 점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특사가 단행된다면 그때는 사면권자나, 실무자나 모두 긴장하고 한 번 더 살피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법원 판결이 어떨지 모르겠으나 혹시 처벌을 받게 된다면, 내년에는 스폰서 검사님들 이름도 다시 뵙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년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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