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오염 사각 동천강 대해부

제23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울산신문 최재필 기자


   
 
  ▲ 울산신문 최재필 기자  
 
거의 1년 만의 달콤한 휴가를 즐기고 있을 때 함께 취재에 나섰던 후배 기자의 다소 흥분된 전화를 받고서야 ‘이달의 기자상’ 수상을 알게 됐다. 하지만 수상의 기쁨보다는 ‘정말?’이라는 의문이 먼저였다. 노력은 했지만 많이 부족했다고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만큼 과분하고 무거운 수상일 수밖에 없다.

지난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취재반에 차출됐을 때 정치부 경험이 전무했던 나로서는 별로 탐탁지 않았다. ‘팩트’에 대한 세밀한 취재보다는 ‘말의 성찬’에 살을 붙여야 할 때가 많은 선거기사는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달여간의 짧은 선거취재 경험이 기자상을 받게 된 단초가 될 줄이야. 3선 광역시장에 도전하던 박맹우 시장은 환경 관련 공약을 통해 ‘울산 4대강 정비’를 약속했다. 정부의 4대강 선도모델인 태화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직 정비가 진행 중인 태화강을 비롯해 동천강과 회야강, 외황강 등 울산의 4대강을 지속적으로 정비해서 모두 생명이 넘치는 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천강은 울산시와 경북 경주시 등 2곳의 행정구역을 관통하는 하천이어서 지자체간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자칫 수많은 예산을 날릴 수도 있지 않을까. 취재는 이 같은 의문에서 시작됐다.

취재 중 부도가 난 후 15년간 방치된 (구)태화방직 공장의 오염실태는 상상을 초월했다. 폐건물 안에는 특정 오염물질인 수만 톤의 폐주물사와 각종 화공약품들은 방치되어 있었고, 유류탱크 내 기름은 흘러나와 그대로 동천강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경주시는 부도난 위탁처리업체와 그동안 몇 번 바뀐 공장부지 소유자들에게 몇 차례 경고조치만 했을 뿐 지난 10여 년 동안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 밖에 7개 공단, 1백 개에 가까운 공장이 들어선 동천강 상류지역에 공단 폐수를 처리하는 처리장 하나 갖추고 있지 않았다. 경주시가 공단유치에만 열을 올렸을 뿐 하류 지역의 오염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한달 동안 울산신문 지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가 나간 후 울산시와 경주시, 대구지방환경청이 실태조사에 나섰다. 특히 지역환경단체가 태화방직 부지의 폐기물을 방치한 부지 소유주와 경주시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기획보도를 마무리하면서 동천강 수계를 담당하고 있는 울산시와 경주시, 그리고 대구지방환경청이 참여하는 ‘동천강수질관리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모두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 놓았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지역의 환경 문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환경담당 기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끝으로 설익은 결과물에 ‘기자상’의 영예를 주신 심사위원님, 귀중한 지면을 열어준 김진영 편집국장님, 기획안을 세심히 검토해준 강정원 사회부장님, 함께 취재한 윤수은 기자와 울산신문 선후배 기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