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군용보트 전복사고 베일을 벗기다

제23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대전MBC 임소정 기자


   
 
  ▲ 대전MBC 임소정 기자  
 
천안함이 침몰한 지 꼭 1백 일째. 46용사 추도식을 담기 위해 대전현충원에 다녀온 날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회사로부터 태안 모항항 앞 바다에서 ‘레저보트’가 전복됐으니 알아보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보트에 탄 인원은 13명. 모두 구조됐지만 일부는 중상이었다. 일단 촬영요원을 현장에 보내 응급실과 사고현장 촬영을 부탁했다. 그런데 해경과 소방, 현장 촬영요원 등과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사고 당시는 어두운 저녁, 해상에는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안개가 끼어 있었는데 대체 어떤 레저보트가 사람들을 태우고 해상에 나갈 수 있었을까.

의문을 키운 건 현지에 나갔던 촬영요원의 말이었다. 응급실은 어렵사리 촬영했지만, 사고현장에는 접근 자체를 통제하더라는 것이었다. 현장이 위험하기 때문이겠거니 생각했지만, “군사통제지역이라는 것 같아요”라는 한 마디가 생각을 뒤집어놓았다.

다음날, 해경에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레저보트가 안개가 낀 상황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군사통제지역을 활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계속된 추궁에 해경의 입에선 마침내 한 마디가 나왔다. “그 선박이…사실은 인근 부대의 군용보트입니다.” 확인 결과 해당 부대는 사람들에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특수부대. 단순 안전사고가 특수부대의 군용보트 전복사고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바로 휴일 데스크와 본사 데스크에게 보고를 한 뒤, 현지에 취재팀이 급파됐고, 군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특수부대의 작전용 고속단정이 천안함 침몰 1백일째 되던 날 뱃놀이를 하다 사고를 냈다는 사실이 사고현장, 특수부대의 항공 촬영 그림과 함께 보도되자 국방부는 바로 다음날 사과하고 진상조사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 천안함 사고 당시 축소 발표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던 군은 바뀌지 않았다. 자체조사를 하겠다며 해경에 알린 탑승인원과 민간인 수는 거듭 바뀌었고, 이번 사고는 특수부대의 문제일 뿐 자신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던 해군은 대령이 고속정 출항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사상자를 키운 미흡한 초동조치와 은폐 시도, 안전규정 위반과 과거의 추가 운항까지. 보도를 하면서 추가 사실들이 줄줄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들은 남았고, 정확한 사고경위는 규명되지 않고 있다. 우리 팀이 놓지 말아야 할 숙제다.

수많은 사건사고를 취재하면서 사상자 수에만 신경을 쓰고 사고 원인이나 경위, 그 뒷이야기에 대해서는 가끔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사고는 내게 ‘어떤 사건사고든 끝까지 의문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 점에서 결코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늦어진 팩트 확인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게 현장을 담아 주신 김훈 선배님, 속보 취재에 지쳐가는 나를 채찍질하며 이번 취재를 이끌어주신 조형찬 선배님과 데스크, 함께한 동기 고병권 기자. 깜깜하게 가로막힌 현장에서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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