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의원, 국회 대학생 토론대회 뒤풀이서 성희롱 발언 파문

제23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중앙일보 심서현 기자


   
 
  ▲ 중앙일보 심서현 기자  
 
“국회의원들은 다 그런가?”
7월 중순의 저녁,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 한 마디로 취재가 시작됐다. 그는 강용석 의원의 7월16일 성희롱 발언에 대한 분노를 초년병 기자인 나에게 토로했다.

현장에 있었던 대학생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 발언, 대통령과 영부인에 대한 언급, 학생들의 외모에 대한 발언들이 속속 확인됐다.

사회 진출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국회의장배 토론대회의 심사위원이자 현직 국회의원이 한 말이라고는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이틀여에 걸친 취재는 쉽지 않았다. “(사건에) 연루되고 싶지 않다”는 답변을 몇 차례 들어야 했다.
현직 국회의원에 상처가 될 수 있는 증언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취재원 보호에 대한 짐도 컸다.

기사 출고를 앞두고 강 의원의 입장을 들었다.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뒤이어 강 의원의 변호인이라는 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명예훼손의 법적 요건을 설명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소송을 걸면 기자님이 지십니다.”
‘소송을 각오하고 기사를 쓴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회사 선배들과 보도 이후의 상황을 논의했다. 7월20일자로 기사가 나가고, 예상대로 강 의원은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희롱 발언을 부인했고, 중앙일보가 허위 왜곡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너 괜찮은 거지?”

기자라는 직업이 팩트와 진실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외롭고 두려운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로서 흥미로운 취재이기도 했지만 인간적으로는 불쾌감도 느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감정은 보도 다음날인 21일 오후에 말끔히 사라졌다.
“중앙일보 기사에 언급된 강용석 의원의 발언들은 실제 있었다”는 대학생들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이다. 술자리에 있었던 학생들은 강 의원의 거짓말을 지켜보다가 회의를 했고, 힘든 결정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강 의원의 제명을 결정했다. 7·28 선거를 8일 앞둔 시점이었다.

누가 봐도 명백해졌다. 그럼에도 송사는 예고대로 진행됐다. 강 의원은 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2일 서부지검은 강 의원의 거짓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을 무고와 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같은 날 강 의원을 제명했다.

성희롱은 권력을 가진 이가 저지른다. 강한 자는 손쉽게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린다. 강 의원의 경우처럼 권력자들이 비리 보도에 일단 부인하고 버티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진실은 승리한다고 믿는다.

소송을 걸겠다는 강 의원 측 전화를 받은 내게 사건팀장이 해준 한 마디를 잊을 수 없다.

“사실의 힘을 믿자.” 막내 기자가 그 명제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사건사회부장과 선배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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