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2조두순 사건' 어린이 성범죄 경각심 일깨워

제23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KBS 정필모 해설위원



   
 
  ▲ KBS 정필모 해설위원  
 
국제신문 ‘산복도로 리포트’ 사람 냄새 나는 기사 ‘호평’


몇 달째 흉작이다. 한때 50편 안팎이었던 기자상 출품작이 최근 몇 달 사이 30여 편으로 줄었다. 6월(제238회)에는 모두 36편이 출품됐다. 기자들의 관심이 월드컵과 지방선거 등 굵직한 행사에 쏠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수상작으로 뽑힌 작품은 모두 8편이다. 출품된 작품이 적은 것 치고는 많이 선정된 편이다.

취재보도부문에는 모두 9편이 출품됐다. 그 가운데 경향신문 사회부의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과 배후세력 추적 보도’와 한국일보 사회부의 ‘제2조두순(김수철) 사건 연속 특종 보도’ 등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보도’는 비록 야당 국회의원의 폭로로 불거진 사안이지만, 사찰 당사자를 직접 만나는 등 사실 확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제출된 다른 작품에 비해 파장이 컸던 것도 수상작으로 뽑히는 데 한몫을 했다. ‘제2 조두순(김수철) 사건…보도’는 경찰이 은폐하려고 했던 사건을 파헤쳐 학교 안까지 번진 어린이 대상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6월 취재보도부문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작품도 3편이나 출품됐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규명과 관련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최종 논의에 부쳐질 정도로 점수를 받은 작품이 없었다.

모두 4건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서는 매일경제 경제부의 ‘2010 한국 중산층 보고서’와 이데일리 산업1부의 ‘금호-비컨 이면계약 드러났다…시장 기만 의혹’이 최종 심사대상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취재하기 어려운 내용을 잘 파헤쳐 정정공시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은 ‘금호-비컨 이면계약…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반면, ‘2010 한국 중산층 보고서’는 통계수치를 재해석해 중산층의 개념을 새롭게 정리했다는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의미 해석이 약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모두 3편이 출품돼 연합뉴스 특별취재팀의 ‘<검지세대> 6·2 지방선거 돌풍의 주역’이 최종 논의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정확한 근거를 찾는 데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 아쉽게도 수상작으로 뽑히지 못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6편의 출품작 가운데 최종 심사대상에 들어간 MBC 보도제작3부의 ‘이유 있는 질식사’와 CBS 사회부의 ‘환경미화원 인권보고서’가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유 있는 질식사’는 수출용과 내수용의 안전기준을 다르게 적용한 특정 제조업체의 부도덕성을 고발함으로써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제대로 경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환경미화원 인권보고서’는 라디오 매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환경미화원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환경을 상세히 보도함으로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을 이끌어낸 따뜻한 기사라는 평이 있었다. 반면 한국전쟁 60주년과 관련해 모두 3편의 작품이 출품됐지만, 아쉽게도 최종 심사대상에 들어갈 정도로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4편이 출품돼 전남일보 정치지역부의 ‘전남교육청 간부들 당선자에 돈봉투 건넸다’와 충청타임즈 사회부의 ‘문체부 법 개정 도출한 공군사관학교 불법 승마장 보도’, 그리고 광주 CBS 보도제작국의 ‘의원님 땅에 무슨 일이?’ 등이 최종 논의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보도 내용 또는 파장이 다소 약했다는 논란 끝에 아쉽게도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에서는 3편 가운데 유일하게 최종 심사대상에 오른 국제신문 사회1부의 ‘산복도로 리포트-부산 원도심 재창조’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작품은 특히 ‘발로 뛴 사람 냄새 나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시 3편이 출품된 지역기획 방송부문에서는 광주 MBC 보도제작국의 ‘영산강 살리기사업, 이대로 좋은가’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작품은 영산강 살리기사업의 실효성을 검증해봤을 뿐만 아니라 수질개선사업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이 극히 미미하다는 것을 제대로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 2편과 그래픽 1편이 출품된 전문보도부문에서는 중앙일보 그래픽부문의 ‘한국전쟁 60주년 기획그래픽-인천상륙작전’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그래픽은 방대한 자료를 찾아내고 관련 인물을 인터뷰해 구성한 작품으로 단순히 기사의 보조적인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도 뉴스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들어 기자정신이 약해졌다거나 심지어는 저널리즘이 죽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과거에 비해 편해진 것도 아니다. 근무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무더위에 심신이 지치기 쉬운 계절이지만, 다음에는 치열한 기자정신이 녹아든, 그리고 저널리즘의 본령에 충실한 작품들이 보다 많이 출품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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