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60주년 기획그래픽 '인천상륙작전'
제238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그래픽부문 / 중앙 장주영 기자
중앙 장주영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8.04 15: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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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 장주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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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전쟁 60주년. 그러나 전쟁의 기억은 우리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6월 월드컵의 열기는 망각을 낳았다. 어쩌면 공허한 외침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래픽이 될 수도 있다. ‘인천상륙작전 인포그래픽’을 만들면서 생긴 두려움이었다.
‘북침설’ 등 황당한 주장을 차치한다면 한국전쟁에 대한 의견은 개인의 자유 영역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기억할 것인가, 잊을 것인가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비극. 그것만으로 잊혀 지지 말아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이런 믿음으로 중앙일보의 ‘인천상륙작전 인포그래픽’은 만들어졌다.
왜 인천상륙작전인가? 젊은 세대들에게 인천상륙작전은 국사책 한 켠에 있는 단어로만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인천상륙작전이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엎는 계기가 됐다는 상식은 이미 상식이 아니었다. 여기에 해외언론이 노르망디상륙작전을 그래픽으로 제작한 것도 우리에게 자신감을 줬다. 인천상륙작전의 자세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면, 그 나름 대로 의미가 있는 작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 방향이 정해지고 우리는 자료를 얻기 위해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를 찾아갔다. 해군사(海軍史)를 당하고 있는 최권삼 연구원에게서 상륙군의 무기 현황, 북한군의 방어 현황 등 방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당시의 기록 사진 등을 찾아 상륙군의 복장과 무기 현황 등 디테일을 살릴 수 있었다. 인천 월미도 등 실제 상륙지점을 방문, 해안선의 모양을 그려왔다.
취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제작에는 큰 애를 먹었다. 인천 앞바다와 월미도 등 바탕을 딱딱한 그래픽 보다는 아닌 회화(繪畵)적인 느낌이 더 어울릴 것 같아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배경을 직접 그렸다. ‘회화 느낌이 지면에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그리고 또 그리기를 반복했다. 최적의 색감을 찾기 위해서다. 애꿎은 도화지만 쓰레기통을 채워갔다. 제작 기간만 2주가 넘게 걸렸다.
항상 지난함 뒤에는 나약함이 똬리를 튼다. ‘헛심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독자들이 이러한 노력을 알아줄까’라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쳐들었다. 그럴 때마다 ‘비록 몰라주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그래픽을 만들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6월24일. 그래픽이 지면에 실렸다.
지면을 보며 뿌듯함 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방대한 취재 내용은 모두 반영되지 못했고, 매끄럽게 정리가 덜 되 느낌도 들었다. 다만 우리는 남들 보다 한발 먼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다음에는 우리만의 색깔을 내는 인포그래픽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얻었다. 끝으로 매일매일 마감을 해야 하는 신문 업계의 순리를 거부한 두 기자의 직무유기(?)를 눈감아준 고윤희 에디터와 신재민 데스크, 그리고 다른 그리픽 부원들의 너그러움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