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살리기 사업, 이대로 좋은가

제238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 광주MBC 김철원 기자


   
 
  ▲ 광주MBC 김철원 기자  
 
지난 2월 영산강 사업 죽산보 공사현장 인근의 보리밭 15헥타르가 35밀리미터의 비에 침수된 적이 있었다. 속도전이 부른 해프닝성 사고였고 공사의 본질과도 관련이 적었지만 시공업체는 이상하리만치 사력을 다해 보도를 막으려 했다.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덮으려고 할까?’ 이런 의문은 영산강 사업 취재를 자청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났을까? 대한하천학회가 발표한 지하수 상승에 따른 침수피해 논란을 취재하던 때였다. 우리와 인터뷰를 마친 죽산보 인근에 산다는 주민은 신문과 방송에서 영산강사업을 왜 찾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인터뷰한 것이 방송은 되는 것이냐며 의심도 했다.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취재·보도했다고 변명했지만 돌아와서 생각하니 주민들의 말이 맞았다.

2조6천억원이나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고 어쩌면 수백만 지역민들의 운명이 달려 있는 사안인데도 영산강사업에 대한 심층보도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오히려 낙동강에 비해 영산강에 배정된 예산이 적다며 4대강사업의 호남 홀대론을 주장하는 보도가 일부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들의 입을 빌려 지역의 신문과 방송을 뒤덮고 있었다.

기사에서도 밝혔지만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끝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지, 나빠질지 단정할 수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비판과 견제까지 미뤄서는 안될 일이다. 국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는 단순한 요구를 하는데도 정부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짓고 나서 오래 되면 재개발을 하는 건물과 달리 4대강은 한 번 공사가 끝나면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자는 것 아닌가.

기획보도를 준비할 때 집사람이 아이를 갖는 경사를 맞았다. 태명을 ‘강’이라 지었는데 강처럼 모든 것을 받아 안으면서 유유하게 살라는, 우리의 아름다운 강처럼 멋있게 크라는 아빠의 바람을 담았다. 아마도 이번 상은 ‘강’이가 아빠에게 준 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산MBC 기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올 1월 이달의 기자상을 타기도 했던 부산MBC의 ‘닻올린 낙동강 살리기 사업’ 보도는 여러 모로 자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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