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단식 및 학교 급식비 지원 시스템 문제점
제236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부산일보 강승아 기자
부산일보 강승아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6.16 14: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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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일보 강승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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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담임교사들이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에 해야 하는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일까.
교사들은 “급식비 지원 대상자 선정”을 손꼽는다. 학생들 얼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황에서 급식비 지원 대상자들의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받아야 하고 서류상 입증하기 힘든 실질 빈곤층 자녀를 파악해 담임 추천서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상 학생들은 본의 아니게 ‘노출’된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 ‘선별’한 학생들 중 일부가 급식비도 지원 받지 못하고 뒤늦게 ‘탈락’한다면 담임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몇몇 교사는 지역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고 한 교사는 열흘이 넘게 점심 단식을 했다.
대상 학생들에게 ‘상처도 함께 주는’ 급식비 지원 체계의 문제점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 계기는 “차라리 내가 굶겠다”고 나선 한 교사의 ‘항의 단식’이었다.
‘주눅 들어 빈곤 입증 서류를 냈던 아이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줄 순 없다’고 생각한 선생님은 예산이 부족한 게 아니라 지원 의지가 부족한 시교육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단식을 선택했다.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향은 의외로 컸다.
“급식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것보다 학생들 마음의 상처가 더 클 것 같아 걱정”이라며 기부를 하고 싶다는 중소 기업인에서부터 현행 급식비 지원 체제의 문제점에 공감하며 누가 급식비를 못 내는 지 전혀 알 수 없게 하는 영국의 급식비 지원 시스템을 소개해 준 직장인까지 다양한 독자들의 전화와 메일이 편집국으로 날아들었다.
시교육청도 뒤늦게 ‘행정상의 실수’를 인정하고 급식비 지원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학생 전원에게 급식비를 지원하고 추가 예산 43억 원을 확보해 올해 급식비 지원 대상자를 1만2천 여 명 추가로 늘리겠다는 개선책을 내놨다.
하지만 학교 급식비 지원 문제는 시교육청이 올해 탈락됐던 학생들을 구제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급식비 지원 시스템이 지금처럼 해당 학생들을 해마다 가려내고 ‘빈곤 입증 서류’를 매년 제출하도록 하는 한 대상 학생들이 눈칫밥을 먹는 행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도가 나가는 동안 ‘야당의 공통 공약인 무상급식에 왜 힘을 실어 주냐’며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의심의 눈초리도 만만치 않았다. ‘교사 단식 및 학교 급식비 지원 시스템 문제점 보도’는 입사 이래 가장 많은 마음고생을 했던 기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이다. 급식비 지원 대상 학생들이 본의 아니게 공개되는 현행 급식 지원 시스템 문제는 무엇보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