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와 논문
제23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KBS 박중석 기자
KBS 박중석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6.16 14: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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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박중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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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한번 해보면 어떨까?’ 지금은 통합돼 사라진 탐사파트의 기획회의에서 튀어 나온 말이었다. ‘한 두 사람이라면 모를까 수백 명의 교수가 가능할까?’ 1년 전 이맘 때의 일이다.
일단 하기로 했다. 관련 자료를 찾아 학습하고 자문을 구했다. 그 다음 중요한 게 논문 검증 방법론이었는데 6백명이 넘는 교수와 공직자의 논문을 일일이 엑셀 파일로 정리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확인한 논문건수만 6만 건이었다. 이에 따른 자료 수집과 데이터 구축 등에만 수천만 원이 들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취재진은 좋은 ‘영상’을 위해 제작비를 써야 하는 것처럼 가치 있는 ‘팩트’를 위해서도 투자를 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자료 수집과 데이터 구축은 취재의 시작일 뿐이었다. PDF 형태의 논문을 다시 표준 텍스트 파일로 고치는 작업과 함께 변환한 파일을 다시 컴퓨터 프로그램에 넣어 비교, 확인,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눈으로 다시 한 번 확인 했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말 그대로 지겨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한 여름에 시작했던 논문 검증 작업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해를 넘겨서야 겨우 마무리돼 갔다. 이 과정은 일체의 제보 없이 해냈다.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같이 해왔던 ‘탐사 전문리서처’가 KBS를 그만두고 ‘대학 연구원’으로 이직하던 과정, 탐사파트가 해체되던 과정, 시간이 흐를수록 빚 독촉 받는 것처럼 ‘아이템 되겠는냐는’ 식의 회의 등이 대표적이다. 그때마다 끊임없이 독려했다. ‘우리는 아무도 해보지 않았고, 그 누구도 가보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라고.
해를 넘겨, 자료가 정리되고 현장 취재가 시작됐다. 이 역시 만만치 않았다. 숨이 막힐 만큼 긴장의 연속이었다. ‘너희들이 논문을 알아’하는 식의 냉담한 반응, ‘교수의 논문검증을 기자들이 헌법에라도 위임받았냐?’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은 취재진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취재의도에 대해 공감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젊은 서울대 교수들의 경우 이번 기회에 이중게재 등 연구윤리 문제를 고민하고 자성의 계기를 삼자는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2백명이 넘는 사람을 일일이 만나고 이메일로 연락하고 전화통화를 하며 확인 작업을 벌였다.
취재진이 서울대 교수와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논문 이중게재를 제기한 것은 다른데 있지 않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엄정한 연구윤리 확립이 더욱 더 절실해지고 있고, 이는 성숙한 학문발전을 이루는데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언제나 취재의 중심을 잡아준 김태형 기자, 강인한 돌파력을 보여준 김정환 기자, 영상을 고민했던 고성준, 장세권 촬영기자와 촬영 보조 서현민씨, 정보를 찾아가며 큰 역할을 한 전문리서처 류한조씨, 마지막 정리 작업을 해낸 또 다른 전문리서처 신세영씨,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던 3명의 리서처, 서혜진씨, 김새별씨, 정혜림씨, 또 다른 리서처 박이정씨. NLE 편집을 훌륭하게 한 김철씨. 그리고 늘 웃는 얼굴의 AD 윤혜진씨와 김정화씨. 취재와 제작의 모든 공은 이들 전체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