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기관 장애인 실태보고서

제23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문/세계일보 안용성 기자


   
 
  ▲ 세계일보 안용성 기자  
 
‘장애인 속의 장애인’. 내부기관 장애인 실태를 취재하던 중 한 대학교수가 그들이 처한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처우는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내부기관 장애인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신장, 심장, 호흡기, 간, 장루·요루, 간질 등 6개 분야 11만 명의 내부기관 장애인들은 질병으로 인한 삶의 불편·불리와 함께 과중한 의료비 부담, 정책에서의 소외 등으로 지쳐 있다.

취재팀이 만난 내부기관 장애인들은 제대로 된 이익단체도 구성하지 못한 채 고독하게 질병과 싸우고 있었다. 수소문 끝에 어렵게 만난 내부기관 장애인들을 인터뷰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장애를 드러내서 얻는 도움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이웃의 수근거림이나 차별 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입을 열자 가슴속에 숨기고 있던 아픔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직장암 수술로 항문 기능을 잃어 22년째 옆구리에 배변자루를 차고 다니는 김금자씨는 주변 친구들에게조차 숨겨온 장애 사실을 힘겹게 공개했다. 사회적 편견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간질 장애인, 휴대용 산소 공급기가 지원되지 않아 이동권을 제한받고 있는 호흡기 장애인의 절박한 삶은 지금도 취재팀의 가슴속에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다.

김금자씨의 사연이 보도되자 한 독자는 취재팀에 연락해 배변을 받아내는 장루 주머니 20상자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부기관 장애인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장애인단체연맹 등도 앞으로 내부기관 장애인들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와 대책 수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각 내부기관 장애협회들은 본보 기사를 정부 정책 건의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소득은 그동안 관심이 소홀했던 내부기관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한 점이다.

취재팀은 이번 보도로 우리 사회가 내부기관 장애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길 기대한다. 아울러 이들을 위한 더 많은 정책적 배려가 이뤄지고, 사회적 시선이 바뀌어 장애를 떳떳하게 여기는 때가 오기를 소망한다.

내부기관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긴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특별기획취재팀이라는 든든한‘울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루하루 마감에 쫓기면서도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선후배 기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