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군수, 국회의원에 2억원 전달하다 체포

제23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CBS 최인수 기자


   
 
  ▲ CBS 최인수 기자  
 
현직 군수가 국회의원과 도심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제보가 익명을 요구한 취재원으로부터 들려왔다.
이기수 경기도 여주군수가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범관 의원을 만나 수행비서에게 현금이 든 쇼핑백을 건넨 뒤 줄행랑을 쳤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군수는 6.2지방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상태였다. ‘돈 공천’에 대한 짙은 의혹이 일었다.

당시 취재진은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 있었다. 천안함 침몰사고 취재로 분주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였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일단 이기수 군수에서 전화를 걸었다. 이 군수는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 중인데 뭔가 와전된 것 같다. 나중에 전화 하겠다”는 대답과 함께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제보에 대한 어느 정도 신뢰가 생겼다. 112신고 이후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장소가 경부고속도로 서울 요금소 앞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가장 가까운 경기도 분당경찰서에 연락했다.

그런데 경찰 측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발뺌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취재를 이어갔다. 그 결과 당시 시점이 이 군수가 분당경찰서로 연행되던 순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추가 취재를 위해 곧바로 분당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로 내달리는 동안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정치 현실의 단면에 대한 씁쓸함이 더 컸다.

현직 군수가 공천과 관련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하다 현장에서 적발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사건은 우리 정치권과 선거 공천이 불법과 비리의 구태를 벗지 못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마치 ‘정치 풍자쇼’ 같은 이번 사건을 직접 취재하면서, 돈보따리 공천과 사전내정설이라는 ‘검은 거래’가 선거판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는 실망감도 들었다.

이번 사건이  '성공한 검은 거래’로 끝났을 가능성이 있었을 뿐 아니라 조용히 묻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돈으로부터 투명한 선거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또 하나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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