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천안함 보도' 시간차 특종 이상의 의미 '호평'

제23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서강대 원용진 교수



   
 
  ▲ 서강대 원용진 교수  
 
대구방송 ‘수은 돔배기’ 진화형 보도 전형 보여준 수작


이번 기자상 심사를 멀리 제주도로 옮겨 행했다. 이성춘 기협 고문이 심사 전에 멋진 발제를 해주었다. 이성춘 고문은 ‘언론상의 문제점과 개선점’ 발제문을 통해 동시대 감각에 맞춘 수상작을 선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널리즘의 변화를 강조하는 선배 기자의 주문이었다. 변화를 요청하는 발제에 이어 심사가 벌어진 탓이었을까. 심사 논의는 열떴고, 수상작 수가 확 줄었다. 상은 많을수록 좋으나 수상기준을 엄격히 해 스스로 권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에 부응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취재보도 부문에는 무려 14편의 후보작이 경합했다. 천안함 침몰 보도가 3건이나 올라 다음달 심사에는 그 분야에 가장 많은 후보작이 오를 거라 암시하는 듯했다. 심사위원들은 천안함 미궁을 제대로 풀면 올해의기자상 수상도 가능할 거라며 동료 기자들의 분발을 주문하기도 했다.

천안함 보도 3편 중 YTN의 속보가 주목을 끌었다. 국가안보와 같이 중차대한 사건을 타 언론이 긴급히 다룰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시간차 특종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직 언론의 속보가 사회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도 있었다.

신동아의 방문진 관련 보도는 월간지라는 매체의 결을 잘 살려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저널리즘 과정에서 내용을 너무 걸러내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차에 이 기사는 덜 여과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생생함을 전했다고 입을 모았다. 게이트키핑하지 않은 데스크에도 제주도에서 많은 칭송이 있었다는 사실이 전해지길 바란다.

경제보도 부문을 놓고 많은 논의가 오갔다. 수상작 선정을 둘러싼 논의는 아니었다. 이 부문의 존폐론을 놓고 토론했다. 이성춘 고문도 심사 전 발제에서 경제보도 부문만을 특수부문으로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같은 토론은 부문상 신설 이후 괄목할 만한 후보작이 나오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3편의 후보작이 추천되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역경제보도 부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경제보도 부문 기자들의 분발을 바란다.

기획보도 부문은 신문, 방송, 지역 모두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발품을 더 팔아야겠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방송의 경우 탐사보도팀을 두고도 좋은 보도를 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이 있어야겠다는 아픈 소리도 있었다. SBS의 ‘아파트 관리비’는 보도 부문은 수상하진 못했지만 많은 심사위원의 시선을 끌었다. 작은 문제이고, 늘 언급되는 문제지만 꼼꼼한 터치로 공감을 끌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잘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모두 11편의 후보작이 경합했다. 이달의기자상 기록을 경신하는 결과가 나왔다.
수습을 갓 마친 4개월짜리 기자의 ‘게임중독 딸 굶겨 죽인 부모’가 신기록의 주인공이다. 경찰서에서 얻은 작은 단서를 추적한 것에다 선배기자와의 소통을 보태 얻어낸 모범적 기사였다는 평가였다.

대구방송의 ‘수은 돔배기 파동’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대구 경북 지역의 영아 기형실태를 보도하다 혈중 수은 농도에 주목하게 되었고, 점차 취재를 이어가다 수은 돔배기에까지 주목하는, 이른바 진화형 보도의 전범을 보여주었다는 평이었다. 사후 취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잘 보여주어 수상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사진 보도 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전문보도부문에서 코리아타임스가 미국입학사정관 제도를 뚫은 한국의 편법 기사로 수상하였다. 총 4편의 시리즈 기사에서 한국과 미국의 취재원을 동원해 기사를 꼼꼼히 적었다는 평이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대학들로부터 어떤 부정적 반응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좋은 평가에 한몫을 했다.

후보작은 많았으나 수상작은 5편에 그쳤다. 큰 언론사에서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는 모두의 감탄을 이끌어낸 기사도 없었다. 세상 살림살이가 순탄하지만은 않은 시절인데도 그런 기사가 없다는 것은 저널리즘이 헐렁해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일이다. 신록 계절의 빛깔을 닮은 짙은 기사, 저널리즘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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