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딸 굶겨 죽인 부모, PC방서 가상의 딸 키웠다
제235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경인일보 김혜민 기자
경인일보 김혜민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5.26 13: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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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일보 김혜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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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무얼 궁금해 할까?’ 취재를 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는 말이다.
이름 뒤에 ‘기자’라는 꼬리표를 단지 이제 6개월이 채 안된 내게 아직도 취재와 기사작성을 포함한 모든 일들이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풋내기 기자이기에 가진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사건을 일반인의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중독으로 딸을 굶어죽게 한 부부를 취재하면서 ‘독자로서’ 내가 궁금해 했던 점은 ‘딸을 굶어죽게까지 한 게임이 무엇일까’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사건 취재 시 무엇보다 게임의 이름과 내용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여담이지만 취재 당시엔 게임 이름을 알아내는 것보다 게임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난 게임에 문외한이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알게 된 게임은 인터넷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내용으로, 당시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나조차도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독자들 생각도 나와 같았나 보다. 기사가 나간 이후 독자들의 반향은 엄청났다.
또 자신의 딸을 굶겨 죽일 만큼 심각한 성인 인터넷 중독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기자할 ‘맛’을 제대로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직접 취재하기는커녕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쓰거나 약간씩만 수정해서 쓰는 타사 기사들을 보면서 허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건 기사 이후 후속으로 속속 보도된 기사들처럼 성인 인터넷 중독은 이미 위험 수위에 와 있다. 10여 년 전 인터넷 게임을 즐기던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도 인터넷 게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도 취재 당시 이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전무한 상태였다.
다행히 보도 이후 인터넷 중독 예방에 10배가 넘는 예산이 증액됐고, 행정안전부에서는 다양한 정책들도 쏟아졌다. 다만 앞으로 이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이행되는지 보여주기 식에서 멈출지에 대해서 끊임없는 관심을 갖는 것이 내게 남겨진 숙제일 것이다.
아직 부족한 내가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는 데엔 회사 선배들과 동료들,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 모두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