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다큐 '길'

제234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전북도민일보 하대성 기자



   
 
  ▲ 전북도민일보 하대성 기자  
 
길을 헤매다.

첫 길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노선 지도 한 장 들고 무작정 나섰다. 연결도 안 된, 개설도 안 된 길을 걸었다. 우거진 산기슭 가시에 수없이 찔렸다. 키를 넘는 잡목에 발길을 번번이 돌렸다. 총 56㎞인 모악산 둘레길을 들랑날랑 대며 1백㎞ 이상을 걸었다. 마실길 돌다 머리가 도는 줄 알았다. 로드다큐 ‘길’은 그렇게 작년 10월에 시작됐다.

길을 묻다.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신정일 ㈔우리땅 걷기 이사장, 지역문화원장 등을 모셨다.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고민했다. 보통 여행의 참맛은 배낭여행이고 배낭여행의 정수는 도보여행이라고들 한다. 느낌과 사실, 그리고 정보를 버무린 ‘다큐’로 콘셉트를 잡았다. 풍광과 감흥은 울림으로 전하고 주민들 삶의 모습은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를 쓸어 담기로 했다. 소화하기 쉬운 ‘비빔밥 레저판’이다. 사전조사, 자료수집과 현지답사를 통해 엮는 내러티브로 잡았다.

길을 찾다.
군산 구불길, 익산 둘레길, 고창 질마재 1백리길, 부안 변산 마실길…. 걷기 열풍을 타고 열린 길을 소개했다. 부침의 역사길인 순창 회문산 빨치산길, 눈으로 보고도 걸을 수 없는 용담댐 수몰길,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금강벼룻길도 엮어봤다. 임진왜란 웅치전투로 유명한 곰티 옛길, 산적들이 많아 60명이 모여서 재를 넘었다는 육십령 옛길. 발길이 끊겨 없어졌다고 여긴 옛 고갯길에도 발자국을 찍었다. ‘옛길 발굴 및 아름다운 길 걷기’ 전북 길 포럼을 가졌다. 살아 있는 옛길을 발굴해 문화재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길이 자산이다.
길을 걸으면서 발견된 길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한 ‘길이 자산이다’를 7회에 걸쳐 보도했다. 걷기 열풍 왜, 길의 경제학, 어떻게 길을 내야 하나, 트레일 법·길의 날 제정 등을 진단했다. 이 중에서 길 개설 가이드라인인 트레일법 제정은 급한 일이다. 이것이 없어 자치단체들이 길을 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길의 날을 제정해 길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길 축제도 좋은 아이템. 현재 로드다큐 ‘길’은 주말판에 6개월 동안 18회를 보도했다. 누군가 “길은 낼 탓이요, 일은 할 탓이다”라고 했다. 이제 로드다큐 ‘길’팀은 한국의 길을 넘어 세계의 길을 향해 떠날 봇짐을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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