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 편법 입학

제234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KBS 최영윤 기자


   
 
  ▲ KBS 최영윤 기자  
 
1백33명. 자율형 사립고 합격이 취소된 학생들 숫자입니다. 학부모들은 구구절절 사연을 쏟아냈습니다. 우리 아이는 자율고에 가게 됐다고 좋아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교복을 입었다 벗었다 했는데, 우리 아이는 학교 분위기가 좋다고 또 선생님이 친절하다고 주위에 이미 다 자랑했는데…. 그러면서 잘못이 학생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합격 취소만은 안 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만든 ‘사회적 배려자 전형’의 학교장 추천제. 하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진학 통로가 돼 버린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역시 합격이 취소된 학생 1백33명입니다. 아직은 어리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 학생들이 가슴속에 평생 갈 상처를 입은 것 같아서, 그 계기가 제 기사가 된 것 같아서 귀한 상을 받는 마음이 밝지 않습니다.

2백39명. 편법 입학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돼 징계를 받거나 행정 처분을 받게 된 교직원 숫자입니다. 교육청 직원들과 중학교 교장, 자율고 관계자들은 변명을 쏟아냈습니다. 학부모들이 요구해 와 자격이 없는 걸 알면서도 추천서를 써줄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교장들이 써준 추천서를 철석 같이 믿었을 뿐이다…. 그 누구도 입학이 취소된 학생들에게 스스로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자율형 사립고 도입 첫 해에 벌어진 편법 입학 사태는 자율고라는 제도에 커다란 물음표를 달았습니다. 자율고들이, 자신들의 목표는 다양한 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아 이른바 ‘좋은’ 대학이라는 곳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는 데 있다고 편법입학이라는 이번 사건을 통해 명백히 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1백33명의 학생들은 변질된 다양성 교육의 첫 희생자일지도 모릅니다. 그 다음 차례는 자율고 안에서 성적 때문에 좌절하는 학생들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도록 모두 보듬어 주기를, 정부와 사립고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자율고가 아니더라도 좋은 교육,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기를 욕심내 봅니다. 1백33명의 학생들이 3년 후 자율고가 아닌 보통의 고교를 졸업할 때 만족하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취재 시작부터 원고를 마칠 때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문화과학팀 이재숙 팀장과 김혜송 데스크, 영상이 따라주지 않는 아이템인 탓에 고생 많이 하신 촬영기자 선후배들, 후배의 기사 때문에 덩달아 야근을 되풀이하신 교육 담당 선배들께 모든 공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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