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부산일보 새 취재기법 '호평'…만장일치 선정
제23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김동훈평 심사위원 대변인
김동훈평 심사위원 대변인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3.10 14: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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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훈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 대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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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첫 출품작을 대상으로 한 ‘이달의 기자상’ 심사는 심사위원들이 대폭 바뀐 가운데 진행돼 다른 달에 견줘 약간 적은 여섯 작품이 선정됐다. 총 응모작도 32편으로 다른 달에 견주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 오른 작품도 14편에 불과했다. 한 심사위원은 “일선 기자들이 좀 더 분발해야겠다”고 충고했다.
이런 가운데 지방에서 올라온 두 작품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과 신문·통신부문에 각각 출품한 대전MBC의 ‘특별기획 다큐뉴스 50부작 하늘동네 이야기’와 부산일보의 ‘하얄리아 새 그림을 그리자-거버넌스와 공공저널리즘의 결합’이 그것이다.
우선 ‘하늘동네 이야기’는 대전MBC가 창사 45주년을 맞아 2009년 1년간 기획한 장기 기획물이다. 지난해 1월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 속에 대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대전시 동구 대동 산 1번지 달동네를 조명한 것이다. 취재진은 1년 동안 그들과 동고동락하면서 그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보여준 점에 심사위원들은 감명을 받았다. 캠페인성 뉴스는 자기 메시지에 매몰돼 언론 본연의 기능을 잃기 십상인데, 이 보도는 그렇지 않다고 호평했다. 특히 기존 1분20~30초짜리 데일리 뉴스의 틀을 깨고 3분 분량으로 뉴스에 다큐멘터리 기법을 접목한 이른바 ‘다큐뉴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점도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 14명 만장일치로 이달의 기자상에 선정됐다.
부산일보 ‘하얄리아 새 그림을 그리자’ 역시 새로운 취재기법 시도에 많은 심사위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하얄리아는 일본군과 미군이 약 1백년 동안 점령했던 부산의 잃어버린 땅이다. 미군기지로 쓰던 땅이 2005년 한국에 반환하기로 결정됐지만 부산시는 ‘국적 없는 명품공원’으로 조성할 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여기서 시작된 부산일보의 문제의식에 주목했고, 전문가 집단인터뷰와 공공저널리즘 기법을 활용해 7회 연속 1·3면 보도로 부산지역의 주요 이슈로 만드는 데 성공한 점도 “참신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부산시의 ‘명품공원’ 조성 의뢰를 받은 미국 유명 조경 설계사가 부산에 하루, 이틀씩 고작 두 차례 다녀갔을 뿐 측량은커녕 현장조사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낸 점도 기사의 설득력을 더욱 높였다고 칭찬했다. 이 작품 역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동아일보 신민기 기자의 ‘SAT 문제유출 사건 단독 보도’가 심사위원들로부터 단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가 아시아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시차를 이용해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경찰과 학원가를 돌며 집요하게 취재해 단독 보도한 것으로, 심사위원들은 경찰기자의 끈끈한 취재력이 돋보인 훌륭한 작품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특히 일회성 단독보도에 그치지 않고 심층 기획 등 후속 보도를 게을리하지 않은 점도 높이 평가받으며 심사위원 14명 중 13명이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된 세계일보의 ‘다문화 한가족 시대’는 무려 1년5개월 동안 66회에 걸쳐 다문화가족의 실태를 생생히 전달한 점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랫동안 공 들인 훌륭한 작품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기존 다문화가정의 실패담 위주에서 벗어나 다문화가정에 자존감을 가진 사람 등 긍정적인 면과 성공사례를 부각해 많은 다문화가정에 희망을 준 점도 평가됐다. 다만 성공을 미화 또는 과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따랐으나 심상위원 14명 중 10명이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올해 처음 제정된 경제보도부문에서는 경향신문(위크리경향) 권순철 기자의 ‘금감원은 KB에서 무엇을 뒤졌나’가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금융당국이 강정원 KB금융지주회장 내정자를 사퇴압력 의혹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물증을 입수해 단독 보도한 특종이었다는 데 이의가 없었다. 이 부문과 함께 신설된 지역경제보도부문에 지원작이 없었다는 점은 유감이다.
MBC 백승규 기자의 ‘1등급만 뽑은 연고대 입학사정관제’는 연·고대 등 주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도입 취지를 무시하고 1등급 학생들만 선발하고 있다는 점을 고발한 특종보도였다. 다만 기획부문(방송)이 아니라 취재보도 부문에서 경쟁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비수상작 중에선 동아일보 정치부의 ‘18대 의원 278명 법안 투표 성향으로 본 이념지도’가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일부 논란 속에 아깝게 수상작에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