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하는 공감보도들 수상작 선정

제23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2009년을 마감하는 12월 수상작들은 맵시나 보기 좋아하고 공허한 책상물림 얼치기 논쟁 보도가 아닌 몸을 사리지 않고 직접 현장 취재에 방점을 찍는 ‘체험하는 공감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37편이 응모하여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예심과 본심을 함께 진행한 심사결과 최종 4편만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수상작으로 결정된 4편 모두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사회적 의미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훌륭한 보도였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아쉽게도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21 안수찬 기자 등 4명의 ‘노동 OTL 연재기획’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서사적 글쓰기인 ‘내러티브 저널리즘’ 방법론을 활용하여 무려 4개월 동안 에필로그 포함, 13차례에 걸쳐 빈곤 노동자 개인의 삶, 일상, 감정, 판단을 가감 없이 세밀하게 보도했다. 체험을 통한 기자의 헌신적인 취재노력이 돋보인 수작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주간지 특성을 최대한 살린 탄탄한 구성과 재미있는 보도였다는 평가와 함께 기사내용도 주장이나 주입식 보도가 아닌 가까이서 본 열악한 노동현장을 그대로 보도하므로 독자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하였고 그로 인해 설득력이 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감성적인 면에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 ‘후 플러스’ 김경호 기자의 ‘누구를 위한 보금자리?’가 차지했다.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보금자리주택’제도의 문제점을 발로 뛰며 실증적으로 파헤쳐 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이끈 수작으로 평가되었다.

‘부유층의 보금자리주책 당첨 실태’, ‘보금자리주택을 노린 청약통장 불법 매매 현장’, ‘보금자리주택의 택지비 산정 내역’ 등의 사실을 최초로 보도한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보도를 통해서 ‘거주’ 위주로 가야할 주택 정책이 오히려 투기꾼의 ‘매매’ 위주로 되돌아가고 있는 실태를 고발하였고, 이에 대해 정부가 분양가 산정과정을 해명하고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피해가 없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함으로써 정부 주택 정책에 근본적인 개선을 시도한 수작으로 평가하였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대구MBC의 도성진, 윤종희 기자의 ‘수 천 번 불법 매립, 은밀한 공생관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지난 6월부터 대구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나온 쓰레기들의 처리과정을 장기간에 걸쳐 집중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쓰레기가 불법 매립되고 있고 이에 관련된 복잡하게 얽힌 유착관계를 상세하게 취재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보도는 단순 사건이 아니라 배경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근접하기 어려운 현장 영상을 촬영한 땀 냄새 나는 투혼을 높이 평가했고 궁극적으로 이 보도를 통해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낸 점을 높이 평가하여 심사위원들로부터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부산MBC 조재형 기자 등 5명의 ‘닻 올린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지역기획 방송 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제목이 내용과 부합되지 않은 측면은 있지만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충분한 지역사회의 논의와 공감도 없이 지역의 젖줄이었던 낙동강이 마구잡이로 파헤치는 실태를 지역 언론 차원에서 현장성과 심도 있게 취재한 측면을 높이 평가했다. 국회예산배정이 아직 안된 가운데 공사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와 현장 취재를 통해서 지역 골재업자의 반응과 근교 농업의 파장도 취재하는 등 의미 있는 현장 취재가 진행되었다는 점이 그간 정치권의 대립, 환경단체의 반발을 중점적으로 보도하는 다른 언론의 책상물림 보도와는 차별된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 출품한 부산일보의 ‘신문화지리지-부산의 재발견’은 열심히 발품 팔아 지역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한 좋은 기획취재인 점은 인정을 하나 지역별로 이 같은 취재를 하였을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와 비판이 없는 관광지도와 같은 기사라는 등 논란이 많은 가운데 아쉽게도 심사위원 과반의 벽을 넘지 못해 상을 받지 못했다.

앞으로 2010년도 저널리즘의 부흥을 위해서 기자들이 현장을 열심히 발로 뛰어 시민과 함께하는 ‘공감형’ 특종을 많이 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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