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번 불법매립, 은밀한 공생관계

제232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대구MBC 도성진 기자


   
 
  ▲ 대구MBC 도성진 기자  
 
하루 평균 1백50톤 안팎의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는 대구 농산물 도매시장. 이곳 쓰레기의 상당량은 채소 같은 음식물쓰레기인데, 이 쓰레기들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이번 기획취재는 농산물 도매시장의 엄청난 음식물쓰레기가 불법 매립되고 있는 실태와 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관한 것이다.

취재 초기 현장 확인 단계에서는 일일이 발품을 팔며 관련 증거영상들을 담아야 했기에 몸이 힘들었고, 현장 확인이 된 이후에는 농산물도매시장의 관리를 둘러싼 복잡한 행정체계와 관련자들의 교묘한 발뺌으로 힘들었다. 

적어도 10년 넘게 계속돼 온 해묵은 비리. 관행을 넘어 일상이 돼 버린 이들의 비리는 횟수로 5천번이 넘고, 쓰레기 양으로는 무려 8만톤이 넘지만 지난해 6월 3차례에 걸친 의혹 보도만으로는 가시지 않는 숱한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과의 유착이 없으면 이런 고질적인 부패는 이뤄지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결과 농도 짙은 의혹은 충격적인 실체를 드러낸다. 가장 알고 싶었지만 확인하지 못했던 의혹인 공무원의 쓰레기 처리업체 주식 소유 문제가 경찰 수사로 드러난 것이다. 20년 넘게 매립장에서 중장비를 몰며 6급까지 승진한 공무원은 농산물도매시장 쓰레기 처리업체가 쓰레기 처리를 시작한 1998년부터 아내 명의로 주식을 투자해왔고 매년 주주총회에도 버젓이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문제의 업체는 무려 7억5천만원이나 횡령한 것으로 밝혀져, 취재 기간 내내 경기가 나빠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둘러대던 변명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는 경영 적자를 핑계로 이 업체의 외부 쓰레기 반입을 허용해줬던 농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의 엉터리 행정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였다.

여기에 더해 매립장에 근무하다 대구시청으로 자리를 옮긴 또 다른 6급 공무원은 별도의 통장까지 만들어 수천만원의 뇌물을 오랜 기간 상습적으로 받아온 것이 드러나 공분을 샀고, 매립장 소장을 비롯해 대구 환경자원사업소의 폐기물 단속 관련 공무원 모두가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구 공직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수천 번 불법매립 뒤에 숨겨져 있었던 은밀한 공생관계가 그 실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취재 착수와 의혹제기, 경찰수사와 결과발표에 이르기까지 꼬박 6개월이 걸린 힘든 취재….

의혹을 뒤로한 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들기도 했지만 끈끈한 취재 팀워크와 기대 이상의 의지를 보여준 경찰의 협조가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이른 새벽에서부터 뙤약볕 내리쬐던 한여름의 숱한 날들을 함께하며 취재기자보다 더 나은 현장 감각과 일 욕심으로 항상 새로운 길을 열어준 윤종희 선배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그리고 오랜 시간, 하루하루의 뉴스 생산에 쫓기지 않게 좋은 여건을 마련해준 데스크와 보도국 식구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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