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 바다속에서는
제231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사진부문진 / 국제신문 박수현 기자
국제신문 박수현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1.13 14: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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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신문 박수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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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를 너무 거창하고 먼 데서부터 찾아왔다. ‘해양입국’이니 ‘조국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 등의 캐치프레이즈는 생활 속의 바다를 정치 구호로 만들어 거리감을 주고 만다. 바다에 대한 애정은 우리 주변 바다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 속에 독자들이 좀 더 우리나라 바다에 대해 애정을 가졌으면 하는 기대와 부산 앞바다의 생태계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 것이 지난 1년간 30회를 이어간 ‘지금 부산 바다속에서는’ 시리즈의 근간이었다.
부산연안이 아열대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무쓰뿌리 돌산호’, ‘광안대교 접수한 빨간부채꼴산호’, 내부가 훤하게 보이는 유령멍게’, ‘금슬 좋은 줄도화돔 부부’ 등을 통해 증명했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특이한 생태도 다수 발견, 기록했다. 위기를 맞은 군소가 색소를 내뿜는다는 사실, 자신을 숨기기 위해 조개껍데기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성게의 습성, 독립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도라치 두 마리가 하나의 소라껍데기 속에서 몸을 부대끼며 살고 있는 모습 등이 그러하다.
이 중 ‘베도라치의 소라껍데기 속 연가’는 한국사진기자회 주최 제81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Nature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미기록종을 발견해 학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11회, 13회의 ‘유령멍게’와 ‘석회관 갯지렁이’가 그 주인공들이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연안에서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 중에서도 멸종 가능성이 가장 높은 코로나투스 종을 찾아내 학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파도에 부대끼며 한나절의 기다림 끝에 따개비의 만각을 사진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따개비는 만각을 가지고 있어 절지동물로 분류되는데 지금까지 만각을 사진으로 뚜렷하게 나타낸 경우는 없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인 전시행정인 연어 방류 사업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회귀 연어의 슬픈 운명’을 통해 고발하였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제목에 ‘지금’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바다생물들의 생태계를 보다 현실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이라는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휴일과 출퇴근 전후를 이용해 매주 바다를 찾는 강행군을 이어나갔다. 다소 힘든 일정이었지만 부산 바다 속 생태계를 2009년 시점에서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과 독자들이 우리나라 바다와 바다생물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