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집단 보험사기 사건의 재구성 2
제23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KBS전주 오중호 기자
KBS전주 오중호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1.13 14: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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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전주 오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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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8백명이 공모해 사기를 쳤다?” 지역여론 전체가 이들을 파렴치한으로 몰고 있었다. 이런 흐름이라면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여교사들이 하루아침에 사기범으로 전락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왠지 짜 맞춘 것 같은 의혹이 들었다. 먹고살 걱정 없는 교사들이 1백만원가량의 보험금을 타내려고 과연 집단으로 날조행각을 저질렀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여교사들에게 잘못은 없는지 먼저 따져보기로 했다. 의료계의 소견과 행정기관의 판례 검토,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치면서 비로소 억울한 여교사들을 재조명하려는 취재 방향에 확신이 들었다. 사기 혐의의 핵심인 고의성 여부의 입증이 어렵다는 잠정 결론이 나면서 취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1분 남짓의 방송 리포트로 담기에는 방대했다. 연루 기관만 5곳이며 책임의 소재도 애매모호했다. 밀어붙이기식 수사에 착수한 경찰부터 담당 검사의 교체를 감수하며 수사지휘를 강행한 검찰, 이들에게 여교사 명단을 넘긴 뒤 환급을 종용하는 현대해상, 앞장서 합의안을 만들며 사기 혐의를 인정해버린 교육청, 여교사들을 대거 유치해 수익을 내고도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한방병원 등.
첫 뉴스가 나간 뒤 여교사들을 일방적으로 비호한다며 취재진에게도 비판이 쏟아졌고, 전원 형사입건 방침을 세운 공권력은 막강했다. 그러나 네 차례 보도를 통해 경찰과 교육청, 현대해상의 과실을 조목조목 비판했고 약관상 법적·의학적 논쟁까지 병행하는 등 취재의 심도를 높여가면서 점차 사건의 본질에 파고들었다. 이후 교육청의 공식사과와 경찰의 입건 최소화 방침 등이 나왔고 한 달 뒤 정치권의 관심까지 가세하면서 국정감사장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화됐다. 넉 달간의 끈질긴 취재 끝에 결국 전원 무혐의 수사 종결로 매듭지어졌다.
기쁘다. 수상 때문이 아니라 하마터면 범법자로 둔갑할 뻔한 여교사들의 억울함이 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해당 경찰관과 교육 공무원에 대한 문책이 전혀 뒤따르지 않았고, 여교사들은 피의자 신분은 벗어났지만 보험금 환급 등 민사적 소송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수상으로 마지막 퍼즐까지 제대로 맞춰질 수 있도록 건투를 빈다.
방송 보도는 역시 많은 노력의 총합이다. 수상한 기자들 외에도 석 달간 8편의 리포트 방영을 위해 공동 제작에 힘쓴 오디오맨 김광채, 컴퓨터그래픽 김종훈씨, 출품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최인용 씨 등 KBS 식구들의 구슬땀이 배어 있음을 밝힌다. 끝으로 쟁쟁한 경쟁작들 대신 이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