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벌가의 투자법
제231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MBC 김병헌 기자
MBC 김병헌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1.13 14: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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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김병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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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미국 부동산을 무슨 돈으로 샀을까?’ 백승우 기자가 미국으로 떠난 뒤 나에게 남겨진 몫은 부동산 구입자금의 출처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취재’보다 ‘수사’에 가까운 이번 취재의 시작은 무거운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해외 발행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무기명 채권, 비상장사 주식 처분 등. 가능성이 있는 자금원을 쭉 써서 정리하고 무작정 효성 관련 공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효성의 감사보고서 주석사항은 물론 효성과 그 계열사 공시도 빼놓지 않고 찾아봤습니다.
며칠 동안 서류더미와 계산기를 놓고 씨름한 끝에 눈에 띄는 공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조현준 사장이 한 계열사 주식을 불과 5원에 취득한 것.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분명 수상하고 이상한 거래였습니다.
이 와중에 대검첩보 보고서에 대한 내용도 흘러나왔습니다. 거기에서 또 핵심 단서가 포착됐습니다. 노틸러스효성이라는 또 다른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효성가 삼형제가 싼값에 취득했다는 내용이었고, 관련 공시를 또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헐값 매입, 유상증자 참여, 사업부문 양수, 계열사 간 매출 증대, 투자수익률 9천5백%. 어딘가에서 많이 본 듯한 흐름이 ㈜효성과 노틸러스효성 공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이제 전문가들의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믿을 수 있고 보안이 유지될 수 있는 취재원들을 찾아서 조언을 구했고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취재가 서서히 사실을 찾아가는 동안 미국에서도 훌륭한 취재결과가 속속 전해져 들어왔습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지의 부동산을 모두 촬영하는 데 성공했고, 특히 효성아메리카와 부동산의 연관관계, 그리고 검찰이 소재파악을 할 수 없다고 했던 주 모씨의 거처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한 달 여 동안의 추적은 효성가의 의혹에 접근하는 단서를 찾아 세상에 알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에 대한 취재는 계속될 것이고,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했던 검찰의 수사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방송에 나가지 못한 부분에 대한 취재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3주 동안 미국 현지에서 쉬지 않고 취재를 하며 달려온 백승우 기자와 전효석 PD, 늘 옆에서 궂은일 마다않던 김혜정, 박혜숙 작가, 드러내지 않고 취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소중한 취재원들, 그리고 부담스러운 취재내용을 방송될 수 있도록 도와준 데스크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