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법조팀 '효성' 기사 집요한 추적 높이 평가

제23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이용원 서울신문 대전·충남북지역본부장



   
 
  ▲ 이용원 서울신문 대전·충남북지역본부장  
 
부산MBC ‘우리는 애국가를…’ 시의적절한 보도·사료적 가치 호평


제23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7개 부문에 40편이 응모해 5개 부문,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효성 수사 축소 의혹’ 연속보도와 ‘청와대 행정관 통신3사 기금 압박’ 보도 등 2편이 선정됐다.

한국일보 법조팀의 ‘효성’ 기사는 심사위원 전원에게서 합격점을 받았다. 대검이 효성그룹에 관한 범죄 첩보 10여 가지를 분석, 위법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사실을 단독 보도한 뒤 관련 의혹을 집요하게 추적해 이슈화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자칫 묻혀버릴 뻔한 재벌 비리 의혹을 검찰이 재수사하게 만들었고, 또 결과적으로 효성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등 파급효과 역시 컸다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한겨레신문의 ‘통신3사 기금 압박’ 보도에 대해서는 일부 심사위원이 마무리가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사건의 성격상 더 이상 깊숙한 취재는 어려웠으리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아울러 현존하는 권력을 견제하는 일이 언론의 일차적 기능이므로 보도 내용만으로도 상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서울신문이 출품한 ‘외국인 폭력조직 대해부’가 차지했다. 경찰조차 파악하지 못한 국내 외국인 폭력조직을, 계보도를 제시할 만큼 심층 취재한 기자의 노력과 그 능력에 격찬이 이어졌다. 이론 없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이 되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국체전, 그들만의 빛바랜 축제’(대구MBC)가 뽑혔다. 처음 지역 체육계의 비리 의혹에서 출발한 보도가 갈수록 그 영역을 확대해 결국은 전국체전의 구조적 문제점까지 파헤치기에 이른, 해당 기자의 끈질긴 취재 의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산MBC가 ‘부마 민주항쟁 30주년 특집’으로 제작한 ‘우리는 애국가를 불렀다’는 지역기획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1979년 10월 일어난 부마 민주항쟁은 박정희 정권의 몰락에 도화선이 된 역사적인 사건인데도 지금 이를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이번 특집은 우선 시의적절했다는 평을 받았다. 게다가 항쟁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새 자료를 적극 발굴해 사료적 가치를 더한 점이 점수를 높이는 데 보탬이 됐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코리아타임스의 ‘세금 한푼 안 낸 토플 주관사’ 연속보도가 상을 받게 됐다. 이 작품을 두고는 심사위원 사이에 갑론을박이 적지 않았다. 세금을 내지 않은 책임이 토플 주관사에 있는지, 아니면 국세청에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등 기사가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여러 심사위원이 했다. 그렇지만 문제 제기 자체는 의미가 크다는 반론이 적잖게 나온 데다, 영자신문에 현실적으로 따르는 취재의 제약성을 극복한 노력을 평가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더 우세했다.

이번 심사에서는 ‘기획보도 방송’과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두 부문에서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특히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5편이 응모했는데 한 작품도 예심을 통과하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출품하는 시점(타이밍)이 대부분 적절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달의 기자상’은 기본적으로 특정한 한 달 동안에 보도한 기사 가운데서 우수작을 고른다. 따라서 이번 230회 심사는 2009년 10월에 보도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도 ‘흔들리는 수산도시’ ‘안면 소나무’ ‘위기의 청소년 시리즈’ 등 몇몇 응모작은 이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기획 시리즈는 진즉에 끝냈으면서도 이와 관련한 정부 정책이 10월에 발표되자 묵은 기사에 그 발표 기사를 덧붙여 출품작으로 내놓았다. 마치 ‘이 같은 정책은 우리 시리즈가 이뤄낸 성과이므로 이제는 상을 받아 마땅하다’는 식이다.

언론의 문제 제기에 정책 당국이나 관련 기관이 즉각 반응을 보이는 건 기사의 가치를 높여주는 일이다. 그러나 반응이 없다고 해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물론 아니다. 기사는 기사 자체로서 평가받을 뿐이다. ‘이달의 기자상’ 응모에 실기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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