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빛바랜 축제
제23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대구MBC 도성진 기자
대구MBC 도성진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2.09 14: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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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MBC 도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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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개막식이 열린 지난 10월20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은 그야말로 올림픽에 버금가는 화려한 개막행사로 들떠있었다. 국제 수준의 시설과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볼거리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열심히 담아내는 취재진과 중계진.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취재진 속에 나도 함께 호흡하고 현장을 누비며 무언가를 담아내기에 분주했다.
하지만 내가 담아내고자 했던 건 그런 화려함 뒤에 숨겨진 전국체전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출장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기에 끼니를 걸러가며 숨 가쁜 취재를 했다. 그 과정에서 전국체전 만년 꼴찌팀인 제주도의 문화체육과장도 만났고, 고(故)조오련 선수와 한 때 한솥밥을 먹었던 수영 원로는 물론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 동원된 초등학생과 들러리로 참가한 비인기종목의 선수들도 만날 수 있었다.
전국체전 기획은 지난 5월부터 보도를 시작한 ‘대구 승마협회의 해묵은 비리’라는 또 다른 기획취재가 발단이 됐다. 20년 동안 대구 대덕승마장을 위탁 관리해 온 단체이기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상당한 양의 자료를 확보했고, 이 자료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국체전용 승마선수 스카우트’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몇 년 동안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전국체전 한 번 출전에 7천만원을 받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당시로선 적잖은 충격이었고, 다른 종목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한 이상 단편적인 보도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때부터 틈틈이 체육계 안팎의 목소리를 담기 시작했고, 반년 가까이 진행된 사전 취재는 비로소 숨 가빴던 1박2일의 현지 취재를 거쳐 전국체전이 한창이던 10월23일 첫 전파를 타게 됐다.
이번 기획보도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땀 흘리고 있는 수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괜한 오해로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란다. 경기단체 간 이권다툼으로 특정 종목에 지나치게 많은 점수가 배정되고 그로 인해 소수 종목, 소수 선수에게만 혜택이 쏠리는 기형적인 구조를 바꿔서 결국은 전국체전과 우리 아마추어 스포츠를 정상궤도로 돌려 놓자는 게 이번 보도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항상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윤종희 선배에게 이번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그리고 기획한답시고 설쳐대는 후배를 따뜻한 시선으로 믿고 지지해준 보도국 식구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