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유진박의 진실'

제22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SBS 정영태 기자


   
 
  ▲ SBS 정영태 기자  
 
1990년대 중반 혜성처럼 나타나 단숨에 ‘천재’라는 빛나는 수식어를 달았던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그러나 인터넷에 떠도는 그의 최근 동영상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며 논란을 일으켰다. 지방의 소규모 행사장을 떠돌고 초점 없는 눈빛과 이상한 행동을 하는 모습에 팬들은 감금 폭행설과 정신이상설 등 갖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SBS 뉴스추적 취재진은 이 사건에 어떤 구조적인 인권의 문제는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다. 취재진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전·현직 소속사 관계자들과 공연 관계자, 유진박의 지인들, 그리고 각종 제보와 동영상을 통해 충격적인 사건의 진실과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다. 또 지난해 말 감금·폭행 문제로 경찰의 조사를 받을 때의 화면을 단독 입수해, 당시 유진박이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무근이라며 내사 종결한 경찰수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진은 유진박과의 심층 영어 인터뷰로 실제 감금과 폭행이 자행됐다는 본인의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전문가와 함께 그의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해본 결과, 폭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취재진은 미국에 있는 유진박 어머니와 단독 인터뷰를 해 전·현직 소속사와의 관계와 계약 문제 등 남은 의혹도 풀 수 있었다.

취재진은 이에 따라 전 소속사로부터의 ‘감금·폭행’ 설이 사실이었으며 유진박이 자유를 억압당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연장을 전전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진박은 천재 음악가였지만 국내 기획사의 횡포로 음악적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한낱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서글픈 결론을 내리게 됐다.

뉴스추적은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제니배와 국내 인디밴드의 사례를 소개해 유진박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임을 고발했다. 결국 기형적인 연예 산업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유진박이 나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방송이 나간 뒤 유진박에 대한 감금·폭행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뉴스포털 검색어 순위가 수직 상승했고, 뉴스추적 시청자 게시판에만 1백여 개의 댓글이 붙었다. 여론의 관심이 폭발하자, 국회의원 김을동은 방송을 통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문을 통해 검찰에 밝혔다. 경찰과 검찰은 최근 재수사를 결정했고 전·현직 매니저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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