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통합시다

제22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문 / 경향신문 이청솔 기자


   
 
  ▲ 경향신문 이청솔 기자  
 
‘한국, 소통합시다’ 기획이 경향신문 내에서 처음 이야기된 것은 올해 초이다. 그때만 해도 ‘소통’이 한국 사회의 핵심 의제는 아니었다. 정부는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반정부세력의 트집 잡기 정도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촛불정국을 거치며 ‘반정부신문’으로 찍힌 경향신문이 소통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선동’쯤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노릇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막혀 있던 소통 담론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보수진영은 소통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인식하는 듯했다.

문제는 ‘어떤 소통을 이야기하느냐’였다. 분열하고 막힌 현 상황을 풀기 위해서 기존의 차이를 모두 덮어놓고 무조건 통합하자는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었다. 참고할 만한 앞선 ‘소통론’ 또한 많지 않았다. 결국 기획취재 과정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험난한 길이나 마찬가지였다.

기획 초반에는 ‘인기투표’로 꾸며졌다. ‘한국사회에서 소통을 가장 잘하는 인물, 못하는 인물’을 뽑았던 설문조사 결과는 빠른 속도로 인구에 회자됐다. 물론 이러한 설문 결과를 순위로 매겨 발표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불통 현상을 해소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일리가 있는 얘기였다. 그러나 우리는 독자들과의 소통을 원했다. 설문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한국 사회 소통의 현주소를 자리매김하고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기획에 끝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독자들에게 부탁했다.

소통을 잘하는 인물로 꼽힌 인사들의 ‘소통법’ 중에는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실망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소통은 상대의 이야기가 옳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제든 염두에 두는 내적 태도의 문제일 텐데 화법, 표정 등 외부로 드러나는 것에서 답을 찾는 이도 있었다. 또 자신의 입장으로 상대를 끌어들여야만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우겨대는 목소리도 있었다.

기획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인사들의 소통을 모색하는 ‘실험, 소통’까지 무사히 끝났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소통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된다. 경향신문을 뒤따라 일부 매체가 경쟁적으로 소통,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무엇보다 기획의 영향을 받아서였는지는 몰라도 현 정부가 ‘친서민 중도실용’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국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는 40%를 넘어섰다. 그러나 불통의 상징이었던 미디어법과 용산참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진정한 소통의 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다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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