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국방, 靑에 항의서한 파문
제22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한국일보 진성훈 기자
한국일보 진성훈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1.04 14: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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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진성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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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예산 문제는 국가 안보와 경제 원칙의 충돌 지점에서 발생했다. 북한의 위협이 엄연한 상태에서 국방 예산을 함부로 깎아서는 안 된다는 군 수뇌부의 인식은 경제 위기 속에서 허리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국정 운영 상황과 부딪치고 있었다.
물론 이런 갈등은 정도의 차이를 두고 언제나 잠복해 온 것이었다. 전투기를 들여오는 등의 대규모 무기 도입 사업이 추진되면 늘 우리 살림살이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동반됐다. 그렇게 해서 축소되는 사업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같은 갈등이 결국 국방부 장관이 직접 재정을 책임지는 장관과 청와대 등에 항의성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표출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기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처음 그 같은 제보를 받고서도 쉽사리 확신을 갖지 못했던 건 그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사건을 보도하는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답을 내지 못한 것은 과연 안보비용이 어느 정도 특수성을 인정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다. 안보를 우선하는 군의 목소리와 경제를 생각하는 바깥의 주장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줘야 하는지 아직도 혼란스럽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보도를 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서한 속에 담긴 장관의 인식 중 상당 부분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국방예산 증가율이 어떤 경우에도 국가 재정 증가율 이상으로 보장돼야 하고, 병영생활 관련 예산보다는 전력 증강이 우선이라는 등의 생각은 ‘안보지상주의’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2년 가까이 국방부를 출입하면서 취재했던 많은 현장에서, 예산이 부족해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장병들을 지켜봤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장병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다 쓰러져가는 막사에서 생활하고, 수십 년 된 고물 탱크를 힘겹게 정비하며 훈련하고, 수명이 한참 지난 전투기와 헬기를 타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모두 예산이 부족해 비롯되는 일이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관이 다른 장관과 대통령실장에게 편지를 보내 예산 삭감 움직임에 항의하는 방식은 정답이 아니다.
군이 생각하기에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 은밀하고 비정상적인 방법을 택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요구하고 충분한 논의와 설득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올바른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