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 벌인 구조

제227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부문 / 국제신문 박수현 기자


   
 
  ▲ 박수현 기자  
 
사진기자에게 강요되는 맹목적인 신앙이 있다. 한 장의 사진이 1백 장의 글보다 강한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지나친 리얼리즘의 강조다. 하지만 이러한 맹목적 신앙이야말로 사진기자가 극복해야 할 덫이 될 수 있다. 한 장의 사진만을 추구하다 보면 전적으로 사진에만 매몰될 수밖에 없고, 리얼리즘만이 대접받는다면 나중엔 젊은 기자들에게 밀려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현장에 직접 뛰어든 사진기자가 더욱 ‘리얼’한 글을 쓸 수 있고 백발을 휘날리는 선배들의 노하우가 보석처럼 빛날 수 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소감을 쓰면서 평소 직업관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은 이번 수상작 ‘필사의 구조’를 취재하게 된 과정을 밝히기 위해서다. 지난 7월16일 부산지역에 내린 시간당 90㎜의 폭우는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고 6명의 인명 피해라는 아픈 상처를 남겼다. 피해상황을 취재하던 중 부산시 소방본부로부터 ‘연제구 연산6동 산사태, 긴급 출동’ 메시지가 답지했다.

나는 1998년부터 부산시 소방본부 119 의용구조대에서 ‘수난 인명구조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소집 훈련 및 자원봉사를 통해 인명구조, 심폐소생술 등 각종 훈련을 받는다.

이날 취재도 소방본부 핫라인을 통해 사고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 받을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산사태로 흙이 계속 밀려내려 오고 있었고 이미 가슴까지 매몰된 주민은 극심한 공포와 저체온증으로 탈진한 상태였다. 만약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없었거나 수가 부족했다면 나도 사진기를 놓고 구조작업에 동참했겠지만 당시 50여 명의 대원들이 교대로 구조작업을 벌이던 상황이었으므로 취재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기자의 10년 넘은 의용소방대원 활동과 이 분야에 대한 경험 축적은 각종 재난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정보 습득과 현장 접근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기자의 자원봉사 활동이 취재활동에 도움을 받기 위함은 아니다.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상의 영광을 그동안 함께 땀 흘린 동료 의용소방대원들과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가는 소방공무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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