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보도' 기자 근성·순발력 돋보인 작품
제227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백병규 미디어비평가
백병규 미디어비평가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9.23 1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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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병규 미디어비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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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과 기획력이 2009년 7월 ‘이달의 기자상’ 승부처가 된 듯싶다.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천성관 법무장관 후보자 자격 검증’(한겨레와 CBS) 보도나 기획보도부문의 ‘중고차시장 대해부’(서울신문) 같은 경우는 무엇보다 기자들의 예민한 후각과 발품을 판 근성있는 취재가 빛을 발한 대표적인 경우다. 지역기획보도 신문부문(전남지역 대해부 ‘로컬 와이드’)과 방송부문(갈색도자기 옹기), 각각 한편씩의 수상작들은 기획력이 특히 돋보인 작품들이었다.
모두 33편이 응모한 이번 ‘이달의 기자상’에서 탈락한 작품들 역시 바로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이었다.
불량맥주의 은밀한 리콜을 다룬 광주방송의 ‘불량맥주, 그 은밀한 수거’와 부산일보의 ‘부산공동어시장 무자격 사장 선출 파문’은 그런 점에서 특히 아쉬움이 컸다.
불량맥주의 은밀한 리콜 사건을 파헤친 광주방송의 보도는 근성 있는 추적 취재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을 제기하는 데 있어서 결정력이 약한 것이 흠으로 지적됐다. 단적으로 심사위원들은 기사만 보고서는 ‘불량맥주’를 비공개적으로 리콜한 것이 불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워 별도의 확인과정을 거쳐야 했다.
‘부산공동어시장 무자격 사장 선출 파문’ 역시 비슷했다. ‘범죄증명서’ 위조 등 무자격 사장이 선출된 경위와 공동어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비교적 잘 짚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런 무자격 사장이 어떻게 사장 후보 공모에 응하고, 최종적으로 사장으로 선임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사안의 총체적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드러내 주지 못한 점이 아마도 감점 요인이 된 듯싶다.
‘전국연합학력 평가 문제 사전 유출 사건’(SBS) 같은 경우는 학원과의 구조적 유착 관계 등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회성 보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와 CBS의 ‘천성관 보도’는 기자들의 문제의식과 근성, 그리고 순발력있는 취재가 돋보인 작품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는 천 후보자가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알고 지내던 사업가로부터 당초 해명과는 달리 두 배나 많은 15억원이나 빌린 사실, 또 건설업체 리스차량 무상 사용 의혹 등을 현장 확인 취재를 통해 분명하게 제기함으로써 천성관 후보자의 자격 논란에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CBS 보도는 천성관 후보자의 고가 아파트 매입 의혹을 다른 언론에 앞서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후속 보도를 통해 천 후보자와 관련된 ‘스폰서 의혹’을 강도 높게 이어간 점에서 ‘용기있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역시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동아일보 사주, 주식 불공정 거래 수사’(한겨레)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취재가 쉽지 않은 사안을 정확하게 확인 취재해 용기있게 보도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중고차시장 재해부’는 말 그대로 발로 뛴 기사였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언론 보도는 그동안에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기사처럼 체계적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한 경우는 없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이달의 기자상 가운데서도 가장 호평을 받았다.
지역기획 수상작 가운데 특히 울산MBC의 ‘갈색도자기 옹기’는 기획과 구성, 그 내용 등에서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숨쉬는 옹기’에 대해 현대적이고 심층적, 과학적 고찰을 시도한 것 등 그 내용의 짜임새나 흥미로움은 물론 영상 측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부문 수상작인 ‘전남지역 대해부-로컬 와이드’(전남일보)는 말 그대로 전남 지역 곳곳의 문화와 인물, 풍물 등을 오늘의 시각과 관점에서 밀도 있게 재해석해 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기획물로서는 그 기획의 취지 등이 모호하고 짜임새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지역 곳곳을 매주 돌아가며 소개하는 식의, 이른바 ‘펼침 기획’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지난 7월 폭우로 인한 부산 연제구 연산동 산사태 현장에서 긴박했던 인명구조 순간을 포착한 ‘사투벌인 구조’(국제신문)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긴박한 구조현장의 생생함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